"제네릭은 전통적인 캐시카우…감염증 백신은 수익성 보장 안 돼"
업계 "신약 개발 성과에 최소 십 년 이상 소요…성공 확률 낮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백신주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국가의 백신주권은 국가의 경제력 및 국가안보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엔데믹(주기적 발병)'으로 진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 물량 확보는 각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됐다. 실제 의약품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 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산 백신에만 의존하지 말고 백신주권을 추진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편집자 주>
“백신을 개발하는 것 보다 복제약 만들어서 파는게 더 이익인데, 누가 나설까요?”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이같은 태생적인 한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위주의 사업 구조가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저해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가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복제약 개발에 몰두해 온 탓이다.
▲ 최근 2년간 국내 제약업계 개발 신약 ‘0건’…R&D는 늘었는데 개발 신약이 없다?
실제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복제약 중심 산업구조는 기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둔화시켰다. 지난해 출간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0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을 보면 2019년과 2020년엔 국내에서 허가된 개발 신약은 한 건도 없었다. 특히 국내에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 113곳의 연구개발비는 2015년 1조5731억에서 2019년 2조6939억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2015년 11.2%에서 2019년 11.5%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신약은 개발하지 않고 복제약 경쟁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며 “신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는 것 보다 복제약 만들어서 파는 게 제약사들 입장에서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개발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앞서 신종플루 확산 당시 국내 제약사가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국내 감염병 확산 억제에 기여했지만 신종플루가 종식되자 투자 대비 재고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것도 이와 관련된 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수천억이 든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팔릴지는 미지수다. 돈만 많이 드는데 팔리지 않는 약을 기업이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며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백신으로 기업이 장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효과가 나지 않은 분야에 공중 보건만을 위해 기업체가 리스크 높은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도 “냉정하게 기업 입장에서 백신은 돈이 안 된다. 한번 감염 예방이 되면 다시 또 소비가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분야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백신 개발해도 수익성 보장 안 돼”
여기에 백신 개발은 비임상, 임상1상, 2상, 3상 등의 긴 과정을 거쳐 개발에만 최소 10년 이상 긴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른 개발 비용만 수 조원에 달할 뿐 아니라 성공 확률도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때 실패했던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기업이 백신 개발에 착수해 성과를 내는데 는 최소 십 년 이상이 소요된다”며 “특히 백신의 경우 환자를 상대로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 특성상,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기 어렵고 예방 백신의 주요 타깃인 영·유아를 상대로 하는 임상은 참여에 대한 반감이 커 모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엔데믹으로 이어지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는 데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에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업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든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백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