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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월트 디즈니의 이유있는 변신


입력 2021.05.27 15:15 수정 2021.07.02 13:07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영화 ‘크루엘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캐릭터는 미키마우스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월트 디즈니사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로 약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디즈니사는 그 상업적 성공이 말해주듯 많은 수의 캐릭터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키마우스의 존재감은 디즈니의 성공과 동의어로도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로 각인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는 1961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 개’를 실사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7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소매치기와 리버티 백화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엠마 스톤 분)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 분)을 만나면서 크루엘라로 180도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죽음이 남작 부인이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사구조에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영화 ‘크루엘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도디 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젊은 남녀가 기르는 달마시안을 훔쳐 모피코트로 만들고자 했던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한 디즈니사는 1996년과 2001년에도 글렌 클로즈를 주연으로 같은 내용의 실사영화로 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크루엘라’는 지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와는 전혀 다른 서사로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리퀄 기법을 사용한다. 60년 전 1961년 애니메이션에서는 악녀 크루엘라가 강아지로 가죽 코트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 실사영화에서는 크루엘라의 탄생 비화에 초점을 맞춘다.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로 속편을 제작해 관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도 놀랍다.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과거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와 달리 흑백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앰마스톤이 맡은 에스텔라는 하층민이 상류층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름도 크루엘라로 바뀐다. 에스텔라가 밝은 면이라면, 잔인한 여성이라는 뜻의 크루엘라는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 흑백이 공존하는 머리카락 역시 그녀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된다. 그 외에도 디즈니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은 가족, 우정, 사랑 등 보편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차용하여 파괴적인 빌런(악당)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디즈니에서 만든 가장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빌런을 완성시켰다.


변화의 시대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정보통신(IT)의 혁명과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영화 ‘크루엘라’는 월트 디즈니의 변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디즈니사는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에서도 변화에 도전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OTT(over the top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상품을 배급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크루엘라’ 또한 극장으로도 개봉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영화 ‘크루엘라’와 월터 디즈니사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변신은 한국 영화산업은 물론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교훈을 준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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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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