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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가치소비①] 친환경·비건…패션·뷰티도 ‘가치’ 중심


입력 2021.06.04 08:37 수정 2021.06.06 10:2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SNS 중심으로 '착한 기업 리스트' 공유

무라벨 생수·리필스테이션 운영 등 기업들 움직임 활발

MZ세대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가치소비’ 움직임은, 기업과 시장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가치소비란, 소비자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을 말한다. 즉 본인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히 소비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식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기업의 이미지와 공정성이다. 단순히 청결하지 못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파는 등의 직접적 피해가 오는 것들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의 제작 공정과 유통, 서비스 등의 생산 과정이 불공정하다면 더는 소비하지 않는 엄격함이 생긴 셈이다.


또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력이 강한 SNS를 통해 ‘착한 기업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과거엔 개인적으로 착한 기업을 응원하고 소비했다면, 조금 더 조직화되어서 리스트를 공유하고, 착한 기업의 소비를 돕는 ‘팔아주기’ 운동이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잇따라 ESG 경영을 발표하는 것도 MZ세대의 가치소비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마케팅이라고 할지라도, 착한 기업에 대한 소비가 더 많은 착한 기업을 만들어내고, 이 기업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대중들도 기꺼이 소비에 동참한다.


국내 생수업계 빅3로 불리는 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 백산수(농심)는 지난해 12월 시작돼 계도기간을 갖고, 내달부터 본격화되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앞두고 기존 주력 제품에서 포장지를 뗀 무라벨 제품을 출시했다. 또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도 수십년간 이어온 ‘녹색’을 버리고 투명 페트로 용기를 교체했고,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커피 시장에서도 무라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고려한 선택을 하는 그린슈머(그린과 컨슈머의 합성어)를 중심으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다. 그린슈머의 증가는 음식과 패션을 넘어 뷰티업계의 ‘착한 경영’을 부추기고 있다.


ⓒ이마트

CJ올리브영이 뷰티 콘텐츠 플랫폼 ‘셀프뷰티’와 함께 여성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화장품 구매 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의 절반(48.3%)이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실제 올리브영 클린뷰티(친환경·비건·착한성분을 아우르는 단어) 브랜드의 매출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업 아이템도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마트 등은 빈 용기를 가져오면 샴푸와 세제 등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하고 있고, 키엘과 파머시 등은 고객들로부터 공병을 회수해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도 인기다. 비건은 채식주의의 한 종류로, 이 단어가 패션과 뷰티에까지 확장됐다. 이런 추세는 국내 비건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채식협회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년 동안 10배가량 증가했다. 비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단순히 먹는 것을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고 바르는 모든 것을 비건 제품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가 글로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물론 개개인의 소비자들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회공헌적인 의미는 물론,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가치소비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론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가치’에 중심을 둔 마케팅이라면 대중들도 반감을 가지지 않고 소비의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유통업계를 비롯해 패션, 뷰티 등 다방면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그 안에서 각 기업들이 그들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시기”라고 전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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