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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와 ‘학전’이란 반석에 올려진 아르코꿈밭극장의 새 미래


입력 2024.07.21 12:27 수정 2024.07.21 12: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서울 대학로 공연예술의 산실이었던 극단 ‘학전’(學田)은 ‘배움의 밭’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하길 바라는 연출가 김민기 대표의 마음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그의 뜻대로 학전은 33년간 ‘지하철 1호선’ 등 총 359개 작품을 기획, 제작하며 수많은 공연예술인에게 기회를, 수많은 관객에게 추억을 안겼다.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의 굵직한 예술인도 배출했다.


ⓒ연합뉴스

극심한 경영난 속에 명맥을 잇기 위한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학전은 지난 3월 폐관했다. 학전의 33년 역사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젠 ‘아르코꿈밭극장’이 같은 자리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꿈을 지원하는 공간으로써 새출발을 알렸다. 이미 김민기 대표가 쌓아온 단단한 학전이라는 반석 위에 올린 아르코꿈밭극장의 시작에 거는 기대도 크다.


학전 폐관 125일 만인 17일 새출발한 아르코꿈밭극장이 가장 강조했던 건 학전의 정체성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학전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극장 운영 당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음에도 척박한 어린이·청소년 문화를 위해 꾸준히 어린이극에 애정을 쏟아왔다.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무적의 삼총사’ ‘진구는 게임 중’ 등 어린이 무대 시리즈와 ‘모스키토’ ‘굿모닝 학교’ ‘복서와 소년’ 등 청소년 무대 시리즈도 선보여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의 큰 축이었던 아동·청소년 공연에 방점을 두고 공간을 새롭게 꾸민 건 이런 학전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정병국 문화예술위원장은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은 어린이극을 그동안 공공이 아닌 김민기 학전 대표가 해왔다”며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를 맡아 할 것이고, 조금 더 실험적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르코꿈밭극장은 169석 규모의 공연장인 꿈밭극장(지하 2층)을 비롯해 연습실·어린이 관객 교육 공간으로 쓰이는 텃밭스튜디오(3층), 책을 읽는 공간인 꽃밭라운지(2층) 등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또 정 위원장은 “‘지하철1호선’이나 ‘고추장떡볶이’ 같이 학전의 대표 작품들의 맥을 이을 수 있는 작품들을 공모하고자 한다”며 “학전이 가진 역사성을 기리도록 아카이빙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콘텐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아르코꿈밭극장에는 학전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학전 소극장 시절 입구에 세웠던 김광석 추모비, ‘지하철 1호선’의 독일 원작을 썼던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이 그대로 남았다. 예술위가 준비한 학전의 연혁을 밝힌 기념물도 한켠에 자리했다. 기념물에는 ‘1991년 3월 15일 개관한 학전 소극장은 총 359개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으로 동시대 삶과 시대정신이 살아 숨 쉬는 소극장 문화를 일궈냈다. 33년간 많은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터전이자 관객들의 삶 속에 함께 한 공간이었으며, 한국 공연문화의 못자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혀 있다.


일각에선 김민기와 학전의 역사와 정체성을 계승하기 위해선 보여지는 것보다 내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전이 ‘배움의 터’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만큼, 새로 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이 어린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아르코꿈밭극장의 예산은 8억원이다. 정 위원장은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여의치가 않을 경우에는 ‘어린이 꿈밭 펀딩’을 개설하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소극장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며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더 나아가서는 연극계 전반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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