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국민의힘, 한덕수 포기하고 승리 기약할 수 있나


입력 2025.04.16 07:07 수정 2025.04.16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선 주자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대통령 잃고 나서 당 쇄신도 안 하다니

술수경쟁 자신 없으면 인물로 이겨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국민의힘 11명, 더불어민주당 3명. 6·3대선을 겨냥해 각 당 후보 경선에 나선 사람들의 숫자다. 대단하다! 당 출신의 대통령이 재임 중에 탄핵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두 손으로 다 못 꼽을 정도다. 기가 죽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들 대부분이 이런 기회를 고대했다는 반증일까?


물론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마땅히 이래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내서 정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책임이 당원은 물론 자유우파 국민들 모두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라면 나서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문제는 리더십이면 리더십, 경륜이면 경륜, 인성이면 인성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인사가 많아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왜 출마하려고 하는지 의아한 사람도 없지 않고….

대선 주자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민주당의 경우는 경선도 치르기 전에 교통정리가 된 분위기다. 이재명 당 대표의 위상이 독보적이어서 범접할 사람이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선에 가세했지만, 그간의 민주당 분위기로 미루어 후보가 될 확률은 극히 낮다. 다만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의의를 둔다”라는 올림픽 정신을 우리 정치에서도 구현해 보이겠다는 뜻이라면야 말을 보탤 이유가 없겠지만….


이 대표와 그의 측근 및 극렬 지지 세력은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그의 사법적 리스크 완화 및 대선 출마의 길을 뚫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윤 전 대통령을 밀어내고 조기 대선을 성사시켰다. 그게 남과 기회를 나눠 갖기 위한 노력이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비용과 노력이 얼만데 극적으로 맞은 기회를 남에게 양보하겠는가. 누가 도전하든 이 대표를 당 대선 후보로 만들 장치는 이미 확실하게 마련돼 있다고 봐야 한다.


김 지사, 김 전 지사가 정말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 등록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리더, 차기 주자의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정치적 거래를 위한 다른 계산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들이 후보가 될 확률은 희박하다.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불참으로 경선룰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후의 선택지도 극히 제한적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의 세상’이고 이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국민의힘 경우는 다르다. 민주당과는 달리 어느 누구도 우월적 지위를 갖지는 못했다.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그건 다행이지만 경선룰에 대한 주자들의 불만 표출이 경선의 전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1차 컷오프(4명)→2차 컷오프(2명)→본경선(후보 확정)의 과정과 투표 방식·선거인 범위 등과 관련, 주자들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대통령 잃고 나서 당 쇄신도 안 하다니

게다가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내 인식이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윤 대통령 탄핵과 ‘내란’혐의를,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측이 다수라고 여겨진다. 탄핵은 불가피했고 ‘내란’도 부인하지 못할 혐의라고 주장하는 측(예컨대 한동훈 전 대표)도 있다. 만약 본경선이 1대 1로 치러질 경우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위험한 조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 선언 또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더 부각시키는 요인이 될 법하다.


이 당의 경우 특징은 저마다 ‘잘난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정치를 어떻게 했기에 21대, 22대 두 차례의 총선에서 목불인견의 대참패를 당했다는 것인가? 예전에는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제도적·인적 쇄신을 시도하곤 하더니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당의 지도부 구성부터 안일하기 짝이 없다. 자기들끼리 자리를 나눠 갖기 바쁜 모습이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그때 그 사람들’이 이끌고 있다.


시국인식, 문제의식, 대응태세가 이처럼 안이하고 무감각한 정당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정말 믿는가? 이렇게 엄청스러운 위기국면에서도 각성하고 자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정당에 국민이 표를 주리라고 맨정신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위기국면이다. 안으로는 정치적 위기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국제적·세계적 범위로 시야를 넓히면 경제 파국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수렁에 빠지고 만다. 우리는 트럼프의 체스판에 올려진 말의 신세다(그 바람에 시진핑 장기판의 말 노릇도 해야 할 모양이다). 트럼프는 판을 흔들어댈 수도 있고 아예 쓸어버릴 수도 있다.


빌 클린턴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현직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이기고 제42대 대통령이 됐다.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는 그때의 미국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더 절박한 구호다. 미국은 실족해도 치료하면 낫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회복력이 있다고 해도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기적적 경제성장의 과실이 언제나 은쟁반에 담겨 나오리라 믿는다면 그게 ‘바보’의 오산이다.

술수경쟁 자신 없으면 인물로 이겨야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할 것이 바로 경제의 활력 회복과 민생의 안정에 대한 믿음이다. 지금은 정치적 근육 자랑을 할 때가 아니다. 집안에서는 알통을 자랑할 수 있겠지만 대문 밖에 나가면 알아줄 사람이 없다. 가족을 잘 부양하지 못하면서 완력 자랑만 하는 사람은 동네 건달 취급이나 받을 뿐이다.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아직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등판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무시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기회나 가능성도 포기해선 안 되는 처지다.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승산을 높이기 위한 지혜도 짜내야 한다.


한 대행은 정치적 완력이나 술수에서는 꾼들을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한 그는 발군이다.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거나, 외국과 협상을 하는데 대적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외교·안보 면에서도 남다른 경륜을 가졌다. 그야말로 경세지재 (經世之才)다.


국민의힘 주자들 가운데 한 대행만 한 인재가 없다고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인재를 주자군(群)의 한 사람으로 포함하는 것이 곧 승리전략일 수 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제3지대 단일화’라는 구상 혹은 아이디어가 제시되던데 그건 한 대행과 국민의힘이 대선으로 가는 길에서 힘을 모을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 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 결사옹위 체제로 대선에 나선다. 정치적 술수나 완력에서 국민의힘이 대적하긴 벅찬 상대다. 그렇다면 이기는 길은 인물 경쟁에서 찾아야 한다. 지식·지혜·경륜·경험·비전·철학 등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면 승리할 수 있다. 어려운 수학 혹은 철학적인 문제 풀이가 아니다. 산수 수준에서 알 수 있는 상식적 판단이다. 역사는 상식을 존중하는 측에 승산이 있음을 고비마다 입증해 보였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