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금리인상 예고⑥] 빨라진 금리인상 시계에 ‘車·電·鐵’ 손익계산 분주


입력 2021.06.28 07:05 수정 2021.06.28 04:57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할부금융 의존 車업계 '우려'...조선업계도 이자비용↑

수출비중 큰 전자·철강업계는 환율 변동 '주시'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크레인이 선박에 컨테이너 화물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업종별로 복잡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자체로 보면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산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자금 유입 증가에 따른 원화가치 강세(환율 하락) 압박이 이어질 경우, 결국 우리나라 수출품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경제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주요 기업들의 경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최근 경영실적 호조로 현금사정도 넉넉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전자 등 국내 주력 수출업종은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도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종별로는 금리 인상의 부정적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근심을 키우고 있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여행은 물론 자동차·전자제품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할부 구입이 많은 자동차의 경우, 금리 인상 이후 소비심리가 대폭 위축돼 실적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부채비중이 높아진 항공업계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저비용 항공사나 재무구조가 부실해 금융권의 집중관리를 받는 기업들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자금 조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및 업종별로 부채비율이 높은 곳이 금리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이라며 “항공업계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를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까지 모두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같은 이유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조선업계도 이자비용 증가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비중이 큰 전자·철강업계는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환율 변동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원화가치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차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 팀장은 “금리인상이 소폭으로 이뤄지는 만큼 상위 20%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K자형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하위 80%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위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재무구조가 망가질 수 있고 이자 비용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했을 때 통화정책 전환은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건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