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권법 시행 코앞…대형 유통업체 진입 제한 골자
앞으로 출점시 상인 동의 필요…사실상 출점 원천봉쇄
이분법이나 흑백논리로 특정 현상을 재단하는 일은 아직도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단순 논리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여전하다. 더 심각한 건 이념 경직성이다. 시장의 흐름과 공정성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원칙과도 같은 듯 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대한 법률(지역상권법)’을 의결했다. 소위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이 법안에 따라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와 준대규모 점포, 연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가맹본부의 직영점 출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직영 위주의 스타벅스나 올리브영, 다이소 같은 곳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한할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지역상권이 망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상권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상권을 활성화시켰던 원주민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쫓겨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일종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유통 출점 규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의해 대형마트는 출점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고 있고,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을 적용하자는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따른 출점제한으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는 성장 동력을 잃은지 오래다.
그런데 여기에 또 규제법을 신설해 대기업 점포는 업종과 무관하게 출점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지역의 발전 지연과 소비자들의 편의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중복·과잉규제이자 헌법상 재산권과 영업 자유상의 침해 등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도 따갑다. 지역상권법이 오히려 지역 활성화를 가로막을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유명 프랜차이즈는 그 자체가 일종의 랜드마크여서 유동인구를 끌어모으고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이런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꼴이라는 것이다.
상권이 발달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을 그 상권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싫다며 예쁘고 개성 있는 동네 카페들만 순례하는 이들도 있다. 소비자 취향은 이렇게 다양해졌는데도, 정치인들은 여전히 규제만 외치고 있다.
‘공정 피로감’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여전히 ‘대기업=악(惡)’으로 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단순 논리가 아쉽다. 정작 큰 덩치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무소불위의 ‘입법 폭주’를 일삼는 거대 여당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 누구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성장을 저해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