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총 25개 전동화 라인업 구축…국가별 정책 변화 신속 대응
2025년 이후 전기차 위주 신차 개발…내연기관은 신흥국 타깃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스케줄이 2035년으로 제안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 발걸음도 바빠졌다. 당초 2040년부터 유럽 등 주요 지역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동화 스케줄을 보다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대응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제안했다.
이번에 제안된 정책 패키지에는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한 탄소국경세 도입과 함께 2035년부터 EU 내 신규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연기관차 규제는 CO₂ 배출 기준 강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CO₂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2035년부터 등록되는 모든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EU 27개 회원국에서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의미한다.
EU 집행위의 이번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협상, 승인이 필요하다.
다만 내연기관차 퇴출 스케줄과 관련해서는 일부 회원국들이 이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대응도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프랑스는 EU 집행위 제안 보다 5년 빠른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노르웨이는 10년 앞선 2025년부터 자국 내에서 내연기관차 신차를 퇴출시킨다. EU에서 탈퇴했지만 같은 경제권에 속한 영국도 2035년으로 잡아놨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스케줄을 5년 앞당겨 2030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2040년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전 라인업 전동화 시기로 잡았던 현대차그룹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40년까지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부터 우선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전기차로의 라인업 변경을 추진하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우에도 점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는 신흥국들을 포함한 대략적인 스케줄이고, 지역별 규제 강도와 시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선제 대응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가별 정책이나 시장 수요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에서의 전동화 스케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2040년 전동화 전환은 그런 점을 감안한 러프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5년 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25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면서 “EU 차원의 환경정책은 물론, EU 역내 가장 빠른 (내연기관차) 퇴출 스케줄을 택한 국가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를 ‘전기차 전환 원년’으로 선언하고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아이오닉 5 출시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총 12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올해 G80 전동화 모델 출시에 이어 E-GMP 기반 전기차인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카의 양산형 모델을 출시해 럭셔리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 역시 올해 출시된 EV6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과 파생 전기차 4종 등 총 11종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연간 88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5년부터는 일부 신흥국 수요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내연기관차를 개발할 게 많지 않다”면서 “이 때부터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개발이 이뤄질 것이고, 주요 시장별 규제 속도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