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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저녁 9시까지 영업 첫 날…“IMF때 보다 힘들어, 생계가 걱정”


입력 2021.08.24 10:51 수정 2021.08.24 10:5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23일부터 4단계 지역, 식당·카페 영업 1시간 축소 운영

자영업자들, 거리두기 개편안에 놓고 반발…“근거 제시해야”

"밤에만 바이러스가 활발히 움직이나"

"사실상 저녁 장사 접어야...1시간이지만 차이 커"

23일 강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된 첫날인 강서구 화곡동 먹자골목의 모습.ⓒ임유정 기자

“이제는 코로나19 보다 생활고가 더 무섭습니다.”


지난 23일 강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된 첫 날 저녁시간, 강서구 화곡 본동시장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60대)씨는 ‘이번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IMF때 어려움과는 비교불가”라며 “향후 생계가 걱정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4단계 지역에서의 식당·카페 영업은 기존 밤 10시에서 9시로 단축 운영하는 쪽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다만, 백신접종 진척도를 감안해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한 4명까지 저녁 시간 식당·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이 경과한 사람이 해당된다.


이날 강서구 화곡 본동시장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한 분위기였다.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현행 4단계 조치가 오는 23일까지 2주간 연장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비가 온 탓에 거리는 더욱 적막하게 느껴졌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을 받게 되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자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고, 저녁 8시 넘어서자 인근 식당들의 간판들은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매장 안과 밖에도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3일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편의점에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임유정 기자

이날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


7월 초 ‘델타 변이’ 등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진 것을 간파하지 못하고 거리두기 완화라는 성급한 메시지를 준 게 재확산의 불씨가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갑자기 생겨난 백신 인센티브 제공은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여기에 인센티브 자체에 대한 문제 보다는 정부가 이 시기에 왜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통보’만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김모(30대)씨는 “1년 넘게 대통령과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돌아온 건 ‘4단계 거리두기 연장’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며 “‘짧고 굵게’ 끝내겠다더니 이젠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밤에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어이없는 정책을 얼마나 더 이어갈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왜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9시로 또다시 단축했는지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맞은편 호프집을 운영하는 하모(40대)씨도 “밤 9시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6시부터가 진짜 영업 시간이라 할 수 있는데 문 열자마자 닫으란 말”이냐며 “10시면 2차라도 가능한 시간이지만 9시면 1차에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기 때문에 1시간 차이라 해도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 했다.


편의점 점주들도 강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대부분의 점주들은 거리에 사람이 없어 심야시간 매출은 확연히 줄어드는데 가맹본부와 맺은 계약상 문을 닫을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즉석 조리식품을 팔기 위해 휴게음식점 등으로 신고한 일부 편의점은 피해가 더욱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그간 심야 영업제한 조치를 받아 매출 타격을 받아왔는데, 거리두기 연장 소식은 사실상 ‘폐업선고’와도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50대)씨는 “24시간 영업을 도중에 중단하면 가맹본부와 계약에 따라 전기료·로열티 감면 등 혜택이 끊겨 한 달에 100만원 꼴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편의점 운영 시간은 가맹본부와의 계약에 달려 있어 다른 업종과 달리 단축영업도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3일 강서구 화곡동에 한 옷가게에서 재고정리 세일 현수막이 붙어있다.ⓒ임유정 기자

곳곳의 대다수 점포에는 폐점해 ‘임대문의’와 ‘재고정리’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건물 전 층이 비어 있는 경우도 보였다. 거리 중심부 상권도 일부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점포들만 자리를 지켰다. 중심부를 지나 골목에 들어서니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자영업자들은 문 닫은 가게를 가리키며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폐업이 어려워 대출 빚으로 버티곤 있지만 오늘 당장 닫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려워 자리를 지키기 시작한지 수개월이 흘렀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모(30대)씨는 “원래 여름 휴가 시즌에 기본 티셔츠부터 원피스까지 두루 잘 팔리는데 올해는 임대료도 안 나올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며 “지금쯤 가을 옷을 걸어둬야 하지만 재고 처리를 위해 아직 여름 옷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추가 단축에 대해 ‘이제는 변화할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서 거리두기 개편을 하고 있지만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한계가 뒤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제 거리두기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였고 1년을 넘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덮어두고 뭐든 안 된다고 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 보다는 필요한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방역의 효과는 높이되 사회적 비용이라든지 경제적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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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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