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응원 자제하고 박수로 마음 전달한 질서 있는 관전
쌀쌀한 가을밤에도 열정 “따뜻한 집관보다 추워도 직관”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코로나19 이후 최다 관중에 신바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다관중이 들어찬 고양종합운동장 안팎에는 생기가 돌았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조치인 이른바 ‘위드 코로나’에 맞춰 대한축구협회는 11일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UAE전 전 좌석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했는데 이날 매진에 근접한 3만 152 명이 입장했다.
지난 7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두산 베어스-LG트윈스)의 2만 38000명을 넘어선 수치로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국내 스포츠 경기 중 최다 관중이다.
입장 관객수 제한 없이 A매치를 치르는 것은 2019년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 6월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월드컵 2차예선에서는 경기장 수용인원의 10%인 3500명의 관중 입장만 허용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모처럼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면서 경기장 안팎은 활기를 띠었다.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지하철역 주변 식당과 편의점 등 앞에 줄지어 선 구매 행렬도 많이 목격됐다. 모처럼 북적거리는 경기장 입구에서 ‘악마뿔’과 ‘태극기’ 등 응원도구를 판매하는 상인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늘 봐왔던 흔하디흔한 그림이 아름다운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가웠다.
백신 접종 완료자, 48시간 이내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관중 등을 가려 안내하고 통제하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스태프도 힘은 들지만 활력 있게 움직였다.
오랜만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눈앞에서 본 3만여 관중들은 ‘직관’에 만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음껏 육성응원은 하지 못했지만, 마스크를 쓴 관중들은 그라운드에서 멋진 장면이 나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면서 빨간 빛을 내는 ‘악마뿔’을 머리에 쓴 채 선수들을 바라만 봤다. 간혹 흥분한 관중의 과한 육성 응원이 나올 때면 주변에서 자제를 요구하는 등 수준 높은 관전 문화까지 보여줬다.
쌀쌀한 가을밤 날씨에도 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국가대표팀 경기 관전을)진짜 손꼽아 기다려왔다”, “따뜻하게 집관하는 것보다 추워도 직관하는 것이 좋다”, “질서 있는 응원과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만면희색을 띠었다.
“반드시 관중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통산 첫 A매치 3경기 연속골 기록을 눈앞에 두고도 페널티킥을 황희찬에게 양보하는 캡틴의 면모를 보여줬다. 황희찬은 경기 후 “내가 최종예선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데 흥민이 형이 (키커 자리를)양보해줬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시원한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지만, 이날만큼은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입장 제한 없는 ‘직관’으로 모두의 표정이 밝았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뭉친 온기 속에 선수들과 관중들이 함께 호흡했다. 영롱한 빨간 빛을 내는 악마뿔 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난 ‘대~한민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