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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격 또 오름세…식품·외식업계, 물가상승 불붙을까 ‘침울’


입력 2022.01.06 07:20 수정 2022.01.05 14:4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브라질 원당 공급량 감소…설탕 국제가격 9개월 사이 28%↑

외식업 자영업자 타격 예상…“서민 밥상 물가에도 영향”

식품업계, 가격 인상 저울질…“원가 부담 감내 수준 넘어서”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최근 설탕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의 전 식품에 사용되는 설탕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방위적인 ‘릴레이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6일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설탕 가격은 파운드당 18.88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최저 가격이었던 4월 14.71센트보다 28.3% 오른 수준이다.


설탕 가격 인상은 브라질 가뭄으로 원재료인 원당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은 호주와 함께 원당을 생산하는 주요 생산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상 운임도 오르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문제는 설탕이 대부분 식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재료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크게 치솟은 상태에서 설탕까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계란 가격 급등만큼이나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우려가 깊은 곳은 외식업계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가뜩이나 영업 환경이 퍽퍽한 상황에서 부담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등 설탕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설탕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기미를 보이자 자영업자 사이에선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업소용 설탕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인상돼 왔다. 곡물가 상승 추세가 올해 말까지 계속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식품업체들이 가정용 제품 대신 업소용 제품 인상으로 가격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가정용 제품을 인상할 경우 여론 악화 등 반발이 커 상대적으로 쉽게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 저항이 크다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은평구에서 쌈밥 집을 운영하는 강모(40대)씨는 “당장 배달 대행료와 배달앱 기본 중개수수료도 올랐는데 기본 식재료 값 마저 줄줄이 인상되고 있으니 죽을 맛”이라며 “기업들은 수시로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으니 폐업이 답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제조업체도 버틸만큼 버텼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제적인 식품 원재료 가격 상승과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인한 해운운임비 급등 등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매출 규모 확대와 달리 영업이익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여서 수익성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제당기업의 경우 2013년 원재료값 하락을 이유로 가격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원당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설탕 가격을 조정할 이유가 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연내 설탕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분명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실적 압박이 지속되거나 올해도 원당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B2B 설탕 가격의 경우 전반적으로 우상향이긴 했지만 가정용 설탕은 여론을 의식해 수 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부담 역시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탕 가격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관련 식품 업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원당 원가 비중이 높은 탄산음료나 주스를 생산하는 음료 제조 업체는 지난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한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또 다시 가격 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


제과업체 역시 “원가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식품회사의 경우 주로 장기계약으로 설탕을 구매하기 때문에 소형 회사들 대비 설탕값 인상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가격인상 압력이 클 경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도 울상이다. 식비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해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0대)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설 연휴 앞두고 걱정이 크다. 정부가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물가감시와 함께 식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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