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이선균 주연
정당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선거판 중심에 있는 남자와, 그 세상의 문을 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판 음지에 있는 남자, 같은 목표 속에 두 신념이 파열을 내며 부딪친다. 목적과 수단, 정의에 대한 질문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26일 개봉하는 '킹메이커'는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김대중과 그를 도왔던 엄창록의 실화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스크린으로 소환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거판에 나선 김운범(설경구 분).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선거에 떨어져도, 자신의 전하고자 하는 뜻 앞에 거침과 구김이 없다. 그런 김운범 앞에 서창대(이선균 분)가 찾아간다. 김운범을 통해서라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봤다.
김운범은 다른 후보들에 밀려 열세 속에 있지만 서창대가 캠프선거에 합류한 이후 선거판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서창대가 짠 영악한 전략으로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목표를 향해 달라가는 길은 다르다.
김운범은 선거에 이기지 못해도 대의를 지키고자 한다. 김운범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를 우러러본다. 하지만 서창재는 부모가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세길이 막혀 있다. 김운범 선거 캠프의 일등공신이어도 그림자처럼 존재를 숨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운범이라면 자신도 출세할 수 있는 평등하고 상식적인 세상이 오겠지만, 그 세상을 만들기 전,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승리자로 만들어내야 한다. 살아가면서 그가 겪었던 차별과 열등감은 김운범 선거를 이끄는데 원동력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심리를 조명, 카메라 구조 등으로 촘촘하게 파고든다. 변성현 감독은 시대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빈티지 렌즈를 이용했고, 시대에 맞는 필터들을 사용해 장면에 따라서는 8mm 필름으로 찍은 장면을 삽입했다. 또 김운범을 빛으로 서창대를 철저히 그림자로 만드는 비유적인 미쟝센을 곳곳에 심었다. 김운범이 빛날 수록 서창대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변성현 감독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 소재인 '킹메이커'를 개봉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선을 그었다. 영화는 그저 욕망과 신념, 갈등을 통해 목표와 수단, 대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시기인만큼 정치적 메시지나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퇴색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설경구와 이선균의 열연에는 이견이 없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변성현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설경구는 이번에도 연기의 중심을 잡아가며 다시 한 번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한다. 이선균의 새 얼굴도 새롭다. 왜 서창대가 이선균이어야 했는지 '킹메이커'를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1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