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실장 사실상 ‘경질’ 교체 뒷말 무성
김태주 전 세제실장 캠코 사장 제외돼
세수추계 오류 개선 최선다해야
“세수추계 오차에 대한 최종 책임은 기관장인 제게 있다. 그러나 세제실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제실장도 나름대로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그렇게 하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2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 부총리는 6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초과세수를 기록한 후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를 긴급하게 열어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개혁 변화로 세수추계모형 재점검, 의사결정 시스템 보완 등을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세제실이 가장 바꿔야하는 부분으로 ‘폐쇄적 인사’를 꼽은 듯하다.
일각에서는 초과세수가 발표되고 이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편성한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 빌미까지 제공한 총 책임자인 홍 부총리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지만, 홍 부총리 자신도 아니고 1차관도 아니고 책임자 중에선 가장 말단인 세제실장이 사실상 ‘경질’ 되다시피 교체돼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등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총리 의지대로 기존 김태주 세제실장자리엔 세제실 출신이 아닌 윤태식 전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앉게됐다. 물론 세제실 출신이 무조건 앉아야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통상 세제 업무 전문성 등을 고려해 실 내 이동이 일반적이다. 예를들어 세제실장이 물러나면 빈자리는 실 내 총괄국장이, 국장 공석은 실 내 총괄과장이 맡는 식이다.
신임 윤태식 세제실장은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국제금융과장 등 기재부 내에서 ‘국금통’으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에 홍 부총리 대변인을 맡았던 만큼 그의 ‘믿을맨’이라고도 불린다.
아직 세제실 물갈이는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이르면 이달 이뤄질 정기인사에 국·과장급과 사무관급 이하까지 물갈이 대상에 상당수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기재부를 나온 김태주 전 세제실장은 돌고 돌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후보로 거론됐음에도 세수추계 오류로 여당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안그래도 최근 기피부서 였던 세제실은 위부터 아래까지 이래저래 멍드는 형국이다.
총체적 책임이 있는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야당 의원의 “세수 오차 책임을 세제실장에게 물은 거냐”는 물음에 “최종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 “임기 말이 아니고 물러나는 형태가 필요했다면 물러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하 직원한테 책임을 미룬 것처럼 보여져 저도 괴롭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의 답변을 들은 세제실 직원, 나아가 기재부 직원들 마음은 어떨까? 실무조직에 책임을 넘기고 교묘하게 자신의 잘못을 가린 것이 아니라면, 남은 임기라도 홀로 총대를 매게된 후배들에게 세제실 세수추계 오류 개선에 최선을 다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