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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 과감한 금리인상...가계부채 원인 제공


입력 2022.03.23 08:51 수정 2022.03.23 09:02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오늘 송별간담회, 메시지 ‘주목’

9번 금리↑ 5번 ↓...0.5%p 빅컷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은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은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31일 한은을 떠난다. 이 총재는 23일 송별간담회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소회와 당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 연임한 첫번째 총재이다. 정권이 바뀐 이후 처음 연임된 한은 총재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임기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에 맞춰 유연하면서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화정책 성향은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도 아닌 ‘중도파’로 통했다.

◆ 43년 최장수 근무...매파 색채 짙어져

이 총재는 1997년 한은에 입행해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요직을 거친 후 퇴직하고 2012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2013년 연세대 특임교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2014년 한은 총재로 임명된 뒤 2018년 연임했다. 외부 활동 기간 2년을 제외하고 43년을 한은에서 근무했으며, 이는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이다.


그는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2014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2개월에 걸쳐 절반 수준인 1.25%로 대폭 낮췄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한국 경제는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세월호 참사까지 발생하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확산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2017년 들어서는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견조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렸다. 그러나 2019년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같은 해 7·10월 기준금리를 1.25%까지 내렸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글로벌 위기에 맞닥뜨리자 3월 기준금리를 0.5%p 한꺼번에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5월 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금리를 떨어뜨렸다. 지난 해부터는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불균형이 심화되자 8월과 11월, 올해 1월 금리를 각 0.25%p씩 인상해 기준금리를 1.25%까지 상향했다.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수준이다.

ⓒ 한국은행 ⓒ 한국은행
◆ 전문성으로 과감한 결정, 외신도 호평

그는 통화정책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언급되고 있다. 그가 보여준 통화정책은 ‘외유내강’으로 표현된다.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는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했고,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판단이 들면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선 한은을 두고, 블룸버그 출신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 연준이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은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0%가 그의 통화정책에 대해 ‘매우 우수’ 또는 ‘우수’ 하다고 답했다. 약 50%는 ‘보통’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중립성과 통화정책의 자율성도 강화했다. 그는 평소 차분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이지만 청와대나 정부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에는 가차없이 비판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더 살피는 순간 통화정책은 신뢰를 잃고 기능을 상실한다는 판단에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대립할 때도 개정안이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지급결제 기능을 침해한다며 단호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 아쉬운 내부 평가...가계부채 해결 남아

반면, 일각에서는 제로금리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빚투(빚내서투자)’ 열풍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속되는 저금리에 가계 빚이 1860조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대 수준에 달했다는 우려도 있다.


내부 경영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은 노조의 65.7%가 이 총재의 경영에 대해 박한 점수를 주었다. 33.3%가 ‘매우 미흡’, 32.4%는 ‘미흡’이라고 응답했다. 후임 총재에 대해서는 57.9%가 ‘외부출신을 원한다’고 답했다. 26.4%는 ‘한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다. 저조한 임금인상률 등 복지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열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결정은 제약요인, 거기에 따른 기대효과, 부작용이 다 수반되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좀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통화정책에 결정에 대한 무게감과 신중한 그의 면모가 여실히 묻어나는 발언이다.


이 총재에 대한 평가는 후대가 내리겠지만, 당장 내달부터 총재 공백으로 그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전망이다.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며 청와대와 차기 정부는 아직 후임 총재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은은 내달 1일부터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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