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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진 북한, 유증상자 죽어도 사인 모른다


입력 2022.05.13 10:20 수정 2022.05.13 10:2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원인 모를 열병" 표현 사용

사망자 6명 가운데 1명만

코로나 확진자라고 밝혀

나머지 5명 사인 불분명

북한 평양에 설치된 자력갱생 선전물(자료사진) ⓒ주북한러시아대사관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지 하루 만에 격리자 현황을 공개했다. 다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으로 격리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실상 방역체계가 붕괴됐음을 실토했다.


13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국가방역사업을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 후 하루 동안의 방역실태에 대하여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료해(사정을 알아보다)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김 위원장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지역별 봉쇄·단위별 격리로 요약되는 최대비상방역체계를 도입한 바 있다.


통신은 "4월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되어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 등 유증상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 2200여명이 완치됐다"고 전했다.


이어 "5월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 800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다"며 "현재까지 18만 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자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A.2)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발열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나머지 5명에 대해선 구체적 사인 규명도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당국은 현재의 방역 위기 상황을 '코로나19 확산'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


실제로 북한은 진단검사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정부와 싱가포르 적십자사가 지난해 5월, 7월 각각 관련 장비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조치를 받은 바 있지만, 해당 물품이 북측에 전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행여 물품을 공급받았더라도 과부하 상태에 놓여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확진자 통계 대신 격리자 통계만 발표한 것도 이같은 한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발열 이외의 격리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확진 여부를 격리 기준으로 삼는 '보편적 기준'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13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국가방역사업을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 후 하루 동안의 방역실태에 대하여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료해(사정을 알아보다)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방역 체계가 열악한 북한은 극단적 봉쇄 정책 외에 달리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단위, 생산단위, 거주단위별로 격페(격리)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파 상황을 따라가면서 관리·대책 하면 언제 가도 방역사업에서 피동을 면할 수 없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 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하여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전날 계획된 경제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모순된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


그는 "계획된 경제사업에서 절대로 놓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며 "당면한 영농사업, 중요공업 부문들과 공장·기업소들에서의 생산을 최대한 다그치며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연포온실농장 건설과 같은 인민을 위한 우리 당의 숙원사업들을 제 기일 안에 손색없이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10년 동안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대대적 봉쇄 명령을 내려놓고는 주요 경제사업을 지속하라는 상충된 지시를 내린 것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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