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연출
신시아 첫 데뷔작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김다미라는 충무로 스타를 발굴한 박훈정 감독이 '마녀 2'에서 스케일을 한층 더 키웠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히로인 신시아를 내세워 초월적이며 감각적인 액션을 선사한다. 할리우드의 히어로물 프랜차이즈 MCU가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 2')는 자윤(김다미 분)가 사라진 몇 년 후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상하이에서 온 토우라는 집단이 실험체들을 관리하는 비밀연구소 아크를 파괴시키고, 초월적 능력의 완전체인 소녀(신시아 분)가 사라진다. 하얀 설원 위 피 범벅이 된 소녀는 마치 알에서 깨어나듯 세상 앞에 존재를 나타내며 '마녀 2'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아크의 책임자 장(이종석 분)은 백 총괄(조민수 분)를 의심하며 소녀의 행방을 찾는다. 백 총괄 역시 장 모르게 비밀 요원 조현(서은수 분)을 불러들여 소녀를 추격한다. 그 사이 소녀는 우연히 만난 경희(박은빈 분), 대길(성유빈 분) 남매와 함께 지내며 난생처음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장, 조현, 토우, 그리고 경희, 대길 남매와 엮여있는 조직 보스 용두(진구 분)는 각자 다른 목적으로 소녀를 찾아내며, 행복했던 일상은 끝이 난다.
'마녀 1'에서 자윤이 어린 나이에 연구소에서 빠져나와 일찌감치 사회화가 돼 순수함을 계획적으로 어필하는 인물이라면, 소녀는 이제 막 인간과 섞이기 시작했다. 낯설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지만 누구도 그를 제압하지 못할 절대적 능력을 가졌기에 양면성이 두드러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의 얼굴이 피범벅이 될 땐 '마녀 2'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며 박훈정 감독의 선택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박훈정 감독의 액션신은 여전히 스크린 안에서 흥미롭게 살아 숨 쉰다. 특히 토우 4인방과 조현이 처음으로 마주한 액션은 CG와 다이내믹한 카메라 각도로 마치 마블 영화의 하이라이트 격투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안긴다. 토우는 소녀보다 한 단계 미진하지만 조현보다는 월등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미소녀들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날뛸 땐 긴장감과 몰입감이 조성된다.
토우 4인방과 조현이 타격감이 큰 액션을 맡았다면 소녀는 눈빛, 손짓으로 모든 걸 제압하며 아직 드러내지 않은 그의 무궁무진한 폭발력을 암시한다. 서은수는 조현 역을 통해 수준급의 액션은 물론 영어, 욕설 등의 연기를 이질감 없이 표현했다. 그동안 단아한 이미지로 굳어졌던 서은수의 완벽한 연기 변신이다.
토우 4인방과 신시아처럼 미디어에 많이 공개되지 않은 인물로 포진됐다. 이들 역시 신시아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아직 '마녀'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의 10분의 1도 못했다는 박훈정 감독의 발언처럼, '마녀 2'는 확장된 세계관과 인물들로부터 새롭게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를 만들었다. 백 총괄, 장, 조현, 토우 등 '마녀 2'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바탕으로 스핀 오프를 만들어도 될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후반부에는 원조 '마녀'인 김다미가 등장해 '마녀 2' 쉼표를 찍는다. 향후 '마녀 세계관'을 기대케하는 쿠키 영상도 준비됐다. 15일 개봉. 러닝타임 1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