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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택시 대책, 주머니만 가벼워질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배수람의 앞담]


입력 2022.10.11 07:03 수정 2022.10.11 05:4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급한 불부터…국토부, 심야시간 호출료 최대 5000원↑

서울시 기본요금·심야할증료 인상 더하면 소비자 부담 늘어

'모빌리티 혁신' 목표한다지만…요금 인상만으론 '글쎄'

상경 후 기자가 크게 문화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택시 '승차거부'다.ⓒ뉴시스

상경 후 기자가 크게 문화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택시 '승차거부'다. 지방에선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 일도, 택시에 탄 뒤 목적지를 설명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지만, 서울은 서울이었다.


우선 목적지가 택시기사 마음에 들어야(?) 한다. 길에서 한쪽 팔을 흔들며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를 세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겨우 지나가는 택시를 잡더라도 내 승차 여부를 알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안 가요"의 이유도 다양하다. 거리가 가까워서, 유턴해야 해서, 택시기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어서 등등. 기자는 한여름 택시기사로부터 "걸으면 15분밖에 안 되네"란 말을 듣고 땡볕에 잡은 택시를 떠나보낸 적도 있다.


이제는 택시호출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는 일이 일상이 됐지만, 이마저도 '가까운' 거리의 택시가 '곧장' 배정되는 건 행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전대를 놓고 수입이 더 높은 배달·택배 업종으로 기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소비자들의 고군분투는 더 심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전국 법인택시 기사는 10만2000명에서 7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서울은 3만1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줄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심야시간대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를 받쳐줄 공급이 충분치 못한 셈이다. 특히 금요일, 주말 밤이면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난도가 높아진다.


국토부는 심야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심야시간대 호출료를 인상해 기사 수입을 늘려 승차난을 풀어나가겠다는 거다.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현행 최대 3000원인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수도권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는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심야할증률을 기존 20%에서 최대 4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심야에 서울에서 택시를 탄다면 기본 1만원 이상을 소비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택시기사 수익 개선에 초점을 뒀을 뿐 궁극적인 목표는 '모빌리티 혁신'이라고 강조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모빌리티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전면적으로 규제 완화를 하는지를 묻는다면 단적으로 '그렇다'고 말씀드린다"며 "(국토부는) 전체적인 균형과 부작용을 막는 역할만 하지 어떤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첫걸음이 요금 인상이라니. 어쩐지 모순적이다. 1만원 이상 요금을 지불하면 과연 승차거부는 사라질까. 서비스가 더 나아지려나. 잘 모르겠다.


그간 숱하게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리던 '우버'는 택시업계 반발로 두손 두발을 다 들었고, '타다'는 일명 '타다금지법'에 가로막혀 유명무실해졌다. 시행 중인 DRT(수요응답형버스)나 택시 합승 서비스는 각종 규제와 홍보 부족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 않나.


좀 더 내실을 기한 대책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정작 필요한 서비스 개선도, 혁신도 놓친 채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만 가볍게 하는 게 아닐지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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