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앞서 기준금리를 0.75%p씩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네 번 연속으로 가져갔지만, 이후 물가 상승세에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한국과 미국 사이의 격차는 1%p를 넘어서게 됐다.
연준은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지난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사상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1%를 나타내며, 10월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밑돌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조짐을 보였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다시 자이언트 스텝 대신 빅스텝만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제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는 내년 말에는 금리를 5.00~5.25%로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0.75%p 더 오른다는 얘기다.
연준의 속도 조절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지만,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위험 요소다.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p 낮았지만,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p로 커졌다. 이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인 1.50%p에 임박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