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신제품 개발에 영향
소비자들 보수적 소비 지향해
메가히트 상품에 트렌드 입히고
단종된 상품 재출시 하기도
‘대공황급’ 세계 경기침체가 식품업계의 신제품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소비를 지향하면서 신제품보다는 기존에 익숙한 인기 상품을 선호하고 구매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기업들은 눈 앞에 닥친 불황보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기업들이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식품회사들은 기존 메가히트 상품의 ‘파생상품’으로 승부수를 보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 대신 검증받은 히트 상품으로 안전한 소비를 하면서, 업계도 신제품보다는 기존 상품에 새로움을 더하는 수준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출시된 지 20~30년이 지난 장수브랜드들이 여전히 제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꼬깔콘·빼빼로·몽쉘 ▲오리온의 초코파이·포카칩·오징어땅콩 ▲해태제과의 홈런볼·맛동산·오예스 ▲농심의 새우깡·바나나킥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제품에 ‘트렌드’를 입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불황기엔 신제품을 덜 내고 ‘실패 없는 아는 맛’에 집중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수십 년간 시장을 휘어잡은 '장수' 상품을 앞세워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속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올해로 출시 48년이 된 ‘에이스’의 새로운 맛 ‘뉴욕치즈케이크’를 지난해 2월 선보였다. 크래커 중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에이스는 담백한 맛으로 그동안 달달한 커피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하지만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트렌드가 지속되자 해태제과는 2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아메리카노와 어울리는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에이스 뉴욕치즈케이크는 기존 에이스보다 소금 함유량이 절반으로 줄였고 달달함과 함께 치즈의 진한 풍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장수브랜드인 오예스를 중심으로 올해도 신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프리미엄 시즌에디션 ‘세븐베리즈’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도 봄 시즌에디션 ‘딸기치즈케이크’에 이어,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오예스 시즌 한정판 ‘아인슈페너’ 등을 잇따라 선보인바 있다.
웅진식품 역시 스테디셀러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1999년 출시된 대표 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을 이용한 파생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이들을 활용한 협업 상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제품을 소비자들이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기존 인기 제품을 재출시 하는 사례도 많다. 오리온은 2016년 단종됐던 스낵 ‘치킨팝’을 2019년 재출시했다. 단종 이후에도 오리온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요구하자 회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2018년 재출시된 오리온 스낵 ‘썬’도 비슷한 사례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추억의 아이스크림 ‘조안나바’를 6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1991년 출시된 장수 제품으로 90년대에 인기를 끌다 2015년 단종됐다. 재출시되는 ‘조안나바’는 포장 형태도 친환경을 고려해 기존 비닐 봉투 형태에서 종이 상자로 변경했다.
제과업계의 장수브랜드 의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기상품을 활용할 경우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검증받은 제품을 통해 기존 단골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물론, 신규 고객 유입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제품 대비 마케팅 비용 절감 및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래된 제품에 대한 신뢰 및 인지도와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이 흥행으로까지 이어질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통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파생 제품 출시를 통해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함으로써 브랜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많다”며 “파생상품 하면 연구 개발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이야기가 항상 따라 붙기 마련인데 오해다. 플레이버 확장도 수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