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여자' 연극 그대로 영화화
무대에서 실시간 펼쳐지는 연극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 땐 주로 영상의 언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연극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시각적인 요소, 카메라 기술, 배경음악, 특수효과 등을 추가해 각색을 시도한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연극에서 제한된 시간과 공간적 요소들을 보완, 원작의 더 깊은 이해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극에서는 표현이 어려웠던 장소나 상황 등을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표현, 관객들에게 원작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는 1996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으며 백제예술대상 희곡상, 서울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 역시 2000년 초연되어 한극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석권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을 바탕으로 탄생된 두 편의 영화는 각각 520만,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해무' 또한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인 연극 '해무'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하타사와 세이코의 원작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또한 세계적인 연극 '킬 미 나우'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나를 죽여줘'는 전 세계에 깊은 울림과 질문을 던진 캐나다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의 웰메이드 연극 '킬 미 나우'를 스크린에 옮겼다.
해당 작품들은 원작의 섬세한 분석과 이해를 기본으로 극 영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며 관객들에게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인정과 함께 영화로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4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한 편의 연극 원작 영화 '불멸의 여인'은 앞서 언급된 작품들과 달리 무대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기법을 택했다. '불멸의 여자'는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이 손님의 갑질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감정 노동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아프게 지적하는 영화로, 최종태 감독은 연극을 연출했던 경험을 살려 영화에 적용했다.
안내상을 제외한 이음, 윤가현, 이정경, 윤재진 등 연극 '불멸의 여자'로 무대 위에 섰던 배우들을 그대로 캐스팅 했다. 최종태 감독은 '불멸의 여자'에서 배우의 연기와 감정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 연극 위의 연기를 영화로 풀어낼 때 표현이 과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실험적인 연출 방법을 택했다.
'불멸의 여자'는 하루 동안 진상 손님 정란(윤가현 분) 상대하는 희경(이음 분)과 승아(이정경 분) 고단한 하루를 기본적으로 롱테이크로 끌고 갔다. 무대 위를 핀 조명 하나로 비추며 시작되고, 배우들도 화장품 매장으로 설정된 무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감정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독백, 방백, 암전, 조명의 밝기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낸다. 이는 주로 호러, 스릴러 영화들의 장치로 쓰였던 장치로 작품과 어울리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로 끌어올렸다.
봉준호 감독은 '불멸의 여자'에 대해 "연극 무대라는 세팅을 5분 만에 잊게 만드는 예리한 카메라워크, 편집, 음악 등등 풍성한 영화적인 표현들 덕분에 하나의 ‘시네마’로서 남게 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