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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경기회복에 中 결국 돈풀기에 나섰다


입력 2023.06.25 17:32 수정 2023.06.25 17:34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리오프닝 후 소비·산업생산 부진 등 경기회복 더뎌

인민은행, 10개월 만에 기준금리 0.1%포인트 인하

新에너지차 구매세감면정책 오는 2027년까지 연장

1조 위안 특별채권 발행·2주택 금지 규제 해제 검토


지난달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20.8%를 기록해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중국이 ‘돈풀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높은 물가상승세에 돈줄을 죄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오히려 ‘디플레이션(D·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중국 당국이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끌어내리고 1조 위안(180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을 논의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업과 가계대출의 기준이 되는 1년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3.65%에서 3.55%로 0.1%포인트(p) 인하한다고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만기 LPR도 4.3%에서 4.2%로 0.1%p 내렸다.


인민은행은 연내 LPR을 모두 0.25%p 끌어내려 대출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는 바람에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1년만기 LPR을 0.1%p, 0.05%p를 각각 인하한 바 있다. LPR은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로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회복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 15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양국 금리차 확대부담이 다소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5월 두 달 연속 순매도에서 이달 들어서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중국 국무원은 최대 1조 위안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하는 내용을 포함한 경기부양 패키지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중국은 앞서 세 차례에 걸쳐 특별국채를 발행했다. 가장 최근의 일은 2020년 '코로나19 항전 특별국채'를 1조 위안 규모로 발행한 것이다.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중국 위안화를 세고 있다. ⓒ AP/뉴시스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16일 리창(李强)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수요 확대에 중점을 두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건을 갖춘 정책과 조치가 제때 도입되고 신속하게 시행돼야 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인프라·제조업 투자, 소비지표 개선, 청년실업률 감소 등 하반기 경제반등에 맞춘 다양한 재정과 금융, 산업, 고용정책 수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국채 1조 위안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과 경제성장 촉진 사업에 활용할 방침이다. 국채는 지방정부 부채를 상환하는 데에도 간접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66조 위안 규모로 추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때마다 인프라 개발사업과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대출을 끌어다쓰는 통에 지방정부는 ‘빚더미’에 올랐다.


웨이 야오 소시에테제네랄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정부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를 구제할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소비 살리기에도 총력전을 펼친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소비 활성화에 두팔 걷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北京)은 체육관의 야간개방을 허용하는 등 소비촉진을 위한 22개 조치를 내놨다. 이 조치에는 국내외에 영향력 있는 ‘예징청’(夜京城·야간경제에 특화된 상권) 구축 등이 담겼다.


후베이(湖北)성의 경우 16일부터 3억 위안을 투입해 ‘소비쿠폰’ 발급을 개시했다. 온라인 쿠폰은 5000만 위안으로 한정해 소비자들이 직접 밖으로 나와 경제활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4억 위안의 문화여행 상품권을 발급하고, 500억 위안의 개인소비 대출에 대한 이자도 줄여준다.


중국 동부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 ⓒ 신화/연합뉴스

다만 단오절 연휴(22∼24일) 해외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의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아직도 냉기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20일 "단오절 사흘 연휴 동안 하루 평균 출입국 인원은 128만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이번 단오절 연휴 출입국 인원은 38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규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길이 사실상 전면 봉쇄됐던 전년보다 2.2배로 늘어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63% 수준에 그쳤다. 노동절연휴(4월 29일∼5월 3일) 때의 하루 출입국 인원 125만 3000명에 비해서는 소폭 증가했지만 여행업계의 기대에는 못미친다. 중국 여행업계는 위드 코로나와 국경봉쇄 해제, 국제선 증편과 함께 가오카오(高考·대학입학시험)가 끝남에 따라 단오 연휴기간 해외여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소비 부진과 글로벌 수요 둔화, 미국의 견제 등과 함께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런 만큼 소도시를 대상으로 2주택 금지 규제를 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국 당국은 2010년부터 부동산 투기방지를 위해 각 지방정부 별로 2주택 구입을 금지해왔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경우 지난 3월에 2주택 규제를 자체적으로 해제했다. 신용평가기관 둥팡진청(東方金誠)의 왕칭(王靑) 수석 애널리스트는 “성장 안정화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최대한 빨리 촉진하는 것”이라며 “투자 및 소비의 두 가지 주요 영역에서 부동산 하락에 따른 거시 경제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재정부는 21일 신에너지차(NEV·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구매세 감면정책을 오는 2027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내놨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구매세 감면정책의 감세 효과는 52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올해 말까지였던 시한을 4년 더 연장한 것이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중국 정부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는 것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내수 부진 ▲산업생산성 감소 ▲높은 청년실업률 등의 고질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혀 기대한 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해 4월( 18.4%)에 비해 둔화했다. 전달 대비로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3.5% 증가해 3월(3.9%)과 4월(5.6%)에 비해 성장폭이 줄었다. 16~24세 실업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오른 20.8%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더위를 먹은 모양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전년보다 -7.5%를 기록했다. 3대 수출지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운데 미국과 EU의 감소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된 데다 늘어나던 아세안까지 줄어들면서 수출 다변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했지만,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중국 LPR 1년만기 금리와는 오히려 1.45~1.70%포인트로 확대됐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미 골드만삭스는 18일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이 주춤하면서 모멘텀을 잃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JP모건과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도 잇따라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가 향후 추가 격변이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을 6%에서 5.4%로 끌어내렸다. 경제지표 둔화와 부동산 부문에 가해지는 압력 등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JP모건은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5.5%로,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5.7%에서 5.2%로,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6.3%에서 5.7%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5.5%와 7%에서 5.1%와 5.8%로 각각 끌어내렸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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