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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줄어도 기세등등한 ‘밀크플레이션’…식음료 가격 ‘도미노 상승’ 우려


입력 2023.10.07 06:00 수정 2023.10.07 09:10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우윳값 줄줄이 오른다…ℓ당 88원 인상

빵·아이스크림값 상승에 ‘장바구니 부담’

협상으로 정한 ‘우윳값’…소비 매년 감소

식품업계 “1ℓ 3000원 넘지 않게 노력”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뉴시스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이 오르면서 식음료 가격이 동시에 뛰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정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공식품·외식물가 등이 줄줄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유업계와 낙농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1일부터 원윳값 인상 결정분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낙농진흥회는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의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는 ℓ당 88원을,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는 ℓ당 87원을 각각 올리기로 했다.


이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일부터 흰 우유 1ℓ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으로 3% 올린 2900원에 판매 중이다. 편의점은 3200원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매일유업은 흰우유 4~6%, 가공유 5~6%, 발효유와 치즈는 6~9% 인상했다. 다만 편의점 판매가 인상은 다음 달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이같이 원유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빵·아이스크림·과자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6일부터 홈(떠먹는 아이스크림), 미니류, 끌레도르류 등 3가지 품목 출고 가격을 300~500원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의 경우 우윳값 인상으로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이 6%대, 20%대로 오르는 등 장바구니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고환율과 고유가까지 덮치면서 식품 물가상승이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우유 가격은 소비자 수요 감소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원유 생산비가 오를 경우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령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류비 등이 늘면 업계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우유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는 사료비와 자가 노동비가 상승해 원윳값이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국내 흰 우유 소비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유가공품 소비 패턴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36.5㎏에서 2022년 26.2㎏까지 줄었다. 반면 우유를 활용한 유가공품 소비는 2001년 1인당 63.9㎏에서 작년 85.7㎏으로 늘었다.


문제는 유가공품에 들어가는 우유를 대부분을 수입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수입량이 가장 많은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국산 우유보다 1000~1500원가량 저렴하다. 또 수입 멸균유 가격 경쟁이 높아지면서 수입량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연구원은 국내 유업체 등은 국산 우유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고급화 전략으로 사업 방향이 변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먹거리 물가 대표 지표인 외식과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이 20개월 넘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18.3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 대비 1.2%p 높다.


식음료 업계는 한숨이 깊어진다. 원유 가격 협상 결정분을 적용해 제품값을 인상해야 하지만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걱정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인 ‘1ℓ 3000원’을 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생산비와 제조 원가가 오르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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