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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눈길에도 거뜬… 네 발톱 꽉 움켜쥔 볼보 XC90


입력 2024.01.01 06:00 수정 2024.01.01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볼보 XC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승기

사륜구동 준대형 SUV의 물불 안가리는 험로 주파

8년째 안 질리는 디자인, 인포테인먼트는 최신식

볼보 XC90ⓒ볼보자동차코리아

디자인이 8년 전에 멈춰선 자동차가 여전히 잘 팔린다는 건 국산차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추려면 3년에 한 번 페이스리프트, 5년에 한 번 풀체인지는 국룰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


그런 점에서 볼보 XC90의 인기는 놀라운 수준이다. 2016년 풀체인지 이후 같은 디자인을 8년 째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10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고, 수입차들이 자존심을 구기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볼보 XC90은 국산차 만큼이나 인기가 좋다.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만큼 XC90의 다음 세대 모델이 출시될 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 XC90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든 볼보의 기함, XC90을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XC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가격은 1억 1520만원이다.


볼보 XC90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도로에서 지겹게 봤는데도 XC90을 눈 앞에 마주하면 참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볼보의 전 차종 모델이 대부분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XC90은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헤드램프가 거대한 차체와 어우러지면서 그 어떤 모델보다도 존재감이 돋보인다.


특히 '과유불급'을 몸소 실현한 디자인이 과연 8년의 시간을 견딘 장수모델답다. 정갈하게 배열된 세로줄 위를 가로지르는 볼보 특유의 아이언 마크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모든 디자인 요소를 집중시켰고, 그릴 외의 디자인에서는 힘을 쫙 뺐다. 정도를 지나치면 안된다는 조상들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다.


볼보 XC90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부로 들어서면 외관에 비해서는 요즘스럽지 않은 티가 제법 난다. 요즘 신차와 비교하면 작다 싶은 디스플레이 크기와 화면 양쪽으로 날개처럼 탑재된 송풍구가 특히 8년의 세월을 잘 보여주는 요소다. 다행히 외관만큼이나 심플한 디자인 덕에 센터페시아를 제외하면 눈에 거슬릴 만한 요소는 없다.


볼보 XC90 1열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볼보의 기함임에도 내부 디자인에서 오는 고급감은 XC40, XC60 등과 비슷한 수준인데, 오히려 어떤 차를 타더라도 볼보 특유의 스웨덴 감성이 동일하게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볼보의 어떤 차에서나 볼수 있는 실내 곳곳의 나뭇결 디자인 요소와 크리스탈 기어 노브는 XC90에서도 부족함 없이 잘 어울린다. 물론 비싸진 가격만큼 특별한 실내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수 있겠다.


운전자 중심으로 단정하게 꾸며진 1열과 달리 2열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 포착됐다. 가운데 시트를 세우면 3명이 앉을 수 있지만, 사실상 3명이 타기엔 정 자세로 엉덩이를 이어붙여야 가능하다. 또 2열 중앙 팔걸이에 탑재된 컵홀더도 음료를 2개 꽂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됐지만 톨사이즈 컵 두개를 나란히 꽂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다.


볼보 XC90 2열 팔걸이에 탑재된 컵홀더ⓒ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소형 SUV라면 뒷좌석 컵홀더까지 욕심내지 않았겠지만, XC90의 경우 패밀리카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아쉬운 마음도 배로 커졌다. 8년 전에 멈춘 세대 변경은 운전자보다는 후석 편의 기능들이 다소 떨어진다는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듯 하다.


3열 거주성은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시승 당시 운전자 제외 동승객을 5명까지 태웠는데, 3열에 앉은 승객은 다리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앉아 시트에 다리를 펴고 앉아야했다. 물론 3열까지 승객을 태우지 않는다면 짐을 보관하는 용도로는 충분하다.


크리스탈 기어노브.ⓒ볼보자동차코리아

장단점을 두루 갖춘 내외부 디자인을 뒤로하고, 사실 주행 전 가장 걱정됐던 것은 XC90의 힘이었다. 아무리 승객이 모두 여성이라지만 성인 6명을 태우고 너끈히 달리기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XC90의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부터는 이런 걱정들이 무색해졌다.


애초에 2370kg이나 되는 공차중량에 성인 6명을 더 얹었지만 XC90은 조금의 힘겨움도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냈다. 가장 감동적인 건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정지 후 출발 할 때나, 급가속을 할 때나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차량 내 탑승 인원의 수나 적재물건의 무게와 상관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유지해주는 에어 서스펜션과 4-C 샤시가 적용된 덕이다.


펀드라이빙을 위한 차가 아닌 만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긴 어려웠지만, 1열부터 3열까지 모든 승객이 편안하게 탈 수 있다는 점에선 만족감이 컸다. 커다란 몸집에도 불구하고 중형 SUV를 모는 듯 운전이 쉽다는 점은 운전자의 기를 살려주는 요소다.


ⓒ볼보자동차코리아

특히 시승 당일 눈이 많이 왔는데, 불안감이 무색할 정도로 볼보 XC90은 바닥을 꽉 움켜쥐고 안정적으로 달려냈다. 4륜 구동이 기본 장착된 XC90은 도로 상황에 맞게 스스로 차의 동력을 배분해주는데, 눈쌓인 오르막 따윈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자갈이 많고 곳곳이 패인 험로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고 거뜬히 주파해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회생제동으로 인한 울컥임이 크지 않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회생제동이 강할 경우 운전자보다도 뒷좌석 승객이 멀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운전자는 물론 뒷좌석에서도 EV모드로 달리고 있음을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유지했다.


연비를 확인했을 때는 준수함을 넘어 감사함 마저 들었다. 거대한 차체에 6명을 싣고 내달렸음에도 차에서 내려 확인한 연비는 11.1km/L.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최대 53km는 전기로 달릴 수 있단 점도 매력적이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8년간 같은 디자인을 하고도 여전히 '없어서 못사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됐다. 볼보에서 유일하게 1억을 넘기는 모델이지만, 윗급 수입 럭셔리 브랜드들의 준중형 세단 가격 수준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성비까지 챙길 수 있겠다.


▲ 타깃

- 벤츠, BMW 준중형 가격으로 만끽하는 준대형 수입 SUV


▲ 주의할 점

- 뒷 좌석에 아이들 태운다면 음료는 편의점에서 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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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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