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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손 벌린 현대차 '특별성과금'의 최후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2.26 10:17 수정 2024.02.26 14:5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기아 고성과자 보상→전직원 지급→전 계열사 지급

'성과에 대한 금전적 보상' 취지 사라진 채 노조 '투쟁' 건수만 늘어

사측 "임금 교섭 연계 방식으로 전환" 입장에 노조 반발

현대모비스 노조가 2022년 3월 4일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가 위치한 SI 타워 로비에서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강성노조가 장악한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매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시즌마다 현대차‧기아는 노조와의 줄다리기로 홍역을 앓아 왔다. 교섭이 시작되는 6월부터 최종 타결시까지 수개월간 노조의 ‘투쟁’ 타령을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교섭 타결 이후 이듬해 교섭 개시 이전까지는 노조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종의 ‘휴전’ 기간이었는데, 2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연초부터 현대차‧기아는 물론, 전 계열사가 노조의 ‘투쟁’ 구호로 시끌시끌하다.


이런 사태를 촉발시킨 건 2022년부터 현대차‧기아가 지급하기 시작한 ‘특별성과금’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2021년 말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고성과자에 500만원의 ‘탤런트 리워드’를 지급한 일이다. 투철한 ‘N분의 1’ 정신으로 무장한 노조가 들고 일어서며 전 직원에게 지급하는 특별성과급이라는 게 만들어졌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연초부터 두둑한 목돈을 얻어내자 이번엔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노조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소속 기업의 성과가 좋건 나쁘건 너도 나도 ‘특별성과급’을 내놓으라며 손을 벌렸다. 이 난리통이 올해까지 정례화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역설적으로 노사 분쟁의 전운(戰雲)은 더욱 짙게 드리워졌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물론,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못한 계열사 노조까지 한 몫 단단히 챙기겠다며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결국 사측은 특별성과금 지급 방식 전환을 선언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3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담화문에서 특별성과금을 연초에 지급하는 게 아니라 ‘총성과보상의 관점’에서 임금 교섭과 연계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같은 내용의 담화문을 냈다.


임금 교섭에서 논의되는 ‘성과급’ 외에 연초 별개의 ‘특별성과금’을 놓고 일 년에 두 차례 노사가 줄다리기 하는 기형적인 행태를 다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계열사 노조도 줄줄이 손 벌리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개별 기업 성과에 따른 보상을 노사 교섭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니, 다른 기업 노조가 같은 금액 지급을 요구할 명분이 없음을 제도적으로 못 박은 셈이다.


사측의 의도대로 특별성과금으로 촉발된 난장판이 정리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대표이사들의 담화문 발표 직후 각각 긴급성명을 내고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에 반발했다. 사실상 특별성과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라며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특별성과금이 존재하지 않았던 2021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노사관계의 중대 이슈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강성노조를 상대하는 기업들은 개인이나 조직의 성과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상당히 꺼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 성과를 낸 직원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취지의 ‘탤런트 리워드’에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강성노조가 있는 기업에는 그런 식의 성과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 줬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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