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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돈 되냐고? 안 하면 먹고살기 힘든 시대 온다”[환경은 어쩌고⑦]


입력 2024.03.23 07:00 수정 2024.03.23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U·미국 환경 규제 강화…저탄소 필수

CBAM·GSSA 본격 시행 눈앞

수출 기업 의무 부과…상품 경쟁력 직결

친환경 두 배 늘면 5년 뒤 GDP 1.7%↑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그동안 환경 보호를 위한 행위는 경제 발전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일정 부분 통제와 규제를 필수로 하는 친환경 정책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반대 기류가 시장에 짙게 깔리고 있다. 환경 규제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그대로지만, 이런 부담을 이겨내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경제 상황이 변하는 것이다.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대중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유럽(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에 친환경 경영을 사실상 강요하는 흐름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품 생산 과정이 환경친화적이지 않으면 수출·수입이 어려워진다.


CBAM·GSSA…탄소 줄이는 게 경쟁력


대표적 사례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탄소국경세(탄소세)’라고도 불리는 CBAM은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이 가장 먼저 도입 중이다. 2030년 EU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6개 품목에 관한 탄소 배출량 보고만 의무화하고, 실제 관세 부과는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수출국 입장에서 관세 장벽 가운데 하나다.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부르는 이유다.


CBAM을 본격 시작하면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만 상품가격에 경쟁력을 갖는다.


미국에서는 CBAM과 비슷한 글로벌 지속가능한 철강협정(GSSA)을 추진 중이다. EU와 공동으로 탄소배출을 강제해 중국 등에서 생산하는 저가 철강 제품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에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기후솔루션이 지난 19일 주재한 ‘탄소중립사회:우리나라 산업의 과제와 전략’ 세미나에서 이재윤 산업연구원 박사는 “2026년부터 GSSA 탄소규제가 도입되면 국내 철강 수출 시장 대부분에서 탄소와 관련한 추가 부담에 직면한다”며 “그린 경쟁력 확보와 수요 변화 연계형 고부가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철강산업의 중장기적 탄소중립 로드맵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무역 90% 바다 위에도 ‘친환경’ 바람


해양·해운 부문에서도 친환경은 필수가 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선박 운항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목표를 줄이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이나 친환경 선박 건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처리하고 있다. ⓒ뉴시스

IMO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80차 회의에서 2050년 해운 분야 탄소 배출 감축목표를 기준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030년까지 40%, 2040년까지 70%, 2050년 100%를 달성하는 단계적 목표치를 담고 있다.


IMO 규제는 현대 무역의 90%가 해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IMO 규제는 특히 선사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중소선사로선 부담이 크다. 선사들이 정부에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규칙안도 동향을 살펴야 할 환경 규제다. 지난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미국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기후변화 리스크(위험 요인) 대응책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대응책은 올해부터 의무 적용된다.


기후공시 규칙안·에코디자인 규정까지


기후공시 규칙안은 ‘기타간접배출’ 부문에서 협력사와 납품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EU에서는 지속가능한 제품 에코디자인 규정을 지난 2022년 3월 개정했다. 2009년 만든 제도를 고친 것인데, EU 그린딜 정책 기조에 따라 제품의 환경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규정이다.


에코디자인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제의 생애주기에서 내구성, 재활용 가능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원재료 비율, 환경발자국, 제품 예상 폐기물 발생량 등 조건을 지켜야 한다.


친환경 특허가 현재보다 두 배 늘면 5년 뒤 국내총생산(GDP)이 1.7%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이(IMF)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특허가 두 배 늘면 5년 후 GDP를 1.7%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수치는 가장 보수적인 추정으로 다른 모델을 적용하면 그 효과는 4배 늘어난다.


IMF는 “전기 자동차와 청정 수소, 재생 에너지 등 저탄소 기술을 포함한 친환경 혁신은 시간이 지나며 저렴한 에너지와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추가적인 성장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현재 세계 경제가 지난 30년 중 가장 성장 전망이 낮은 가운데 기후 변화를 억제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친환경 혁신은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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