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강탈" "꺼져라"…한·일, 네이버 라인 지분 두고 '격한' 감정싸움


입력 2024.05.02 18:30 수정 2024.05.02 20:09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이해진 A홀딩스 의장ⓒ네이버 이해진 A홀딩스 의장ⓒ네이버


"일본인들이 언제까지 한국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나…"

"중국으로 일본인 개인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

"한국인 경영진이 일본인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네이버 측 지분을 둘러싼 한ㆍ일간 외교분쟁이 양국 국민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 앱 이용자, 거래처, 네이버 직원 등의 개인 정보 51만건이 유출된 해킹 사건과 관련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시그널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분매각과 해킹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등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 정부도 대응을 예고했다. 외교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선 안 된다"며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문제에 한·일 정부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양국에서 반일·반한 정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우리 외교부의 발표 이후, 일본 언론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근본적인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라인이 몰락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일본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일본 네티즌들도 "정보 유출 때문에 일본 정부가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본인들이 언제까지 한국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나. 라인 대신 일본 기업 라쿠텐이 인수한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Viber)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중호 Z홀딩스 대표ⓒLY 코퍼레이션 신중호 Z홀딩스 대표ⓒLY 코퍼레이션

여기에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은 지난해 한국인인 신중호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가 48억6000만엔의 연봉을 받는 동안 일본인인 이데자와 다케시 공동 대표는 12억3700만엔의 연봉을 받았다며 양국 국민간 자존심을 건들기도 했다.


특히 일본에선 우익인사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이번 라인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일본 정부가 내각의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하기 위해 2021년 신설한 직책이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NSS·국가안보실 격)을 소관 부처로 해서 총무성,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경찰청, 공안조사청, 금융청 등에 대한 관련 업무를 총괄·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카이치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할 정도의 극우·반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아베 내각 시절엔 자민당 정조회장과 핵심 각료로 꼽히는 총무상을 지내며 '일본의 여성 첫 총리' 자리를 노리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총무성의 지분 관계 재검토 요구에는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의 판단도 있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실 라인의 국적 논란은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터지는 문제였다. 일본에서는 라인 이용자가 약 96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 업무에 앱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관리를 한국 기업의 시스템 아래에 두는 것이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반일(反日)-혐한(嫌韓) 감정이 깊어지면 질수록 라인의 주 고객인 일본인 사용자들을 자극하게 돼 네이버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국내 반발 여론도 심상치 않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일본 정부의 라인 지분 변경 지시는 한국 기업 약탈 행위"라며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분 변경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우리나라 기업을 삼키려는데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대일굴종외교'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는 지난 1일 '문재인 시대의 반일 무드 부활인가…라인야후 경영 체제에 대한 일본 정부 행정지도에 한국 언론 큰 반발 중'이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던 한-일 관계지만, 한국 집권당(국민의힘) 총선 참패와 라인야후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에선 다시 반일 감정이 요동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이메일을 통해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 네이버에 대한 조사 협조 요청을 하면 응해줄지 여부를 문의해왔다고 2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개인정보위 실무진은 지난달 라인야후 서버 관리를 맡고 있는 네이버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조사에 협조요청을 할 경우 가능한지에 대해 연락을 해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일본 개인정보위에서 연락이 온 것은 맞다”며 “아직 회신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관계기관과의 의견을 나누고 협의한 후 답을 할 예정”이라 말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