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외 당협들, '협의회장 선출대회' 열고
김종혁 고양병 위원장 초대 회장으로 선출
羅·尹, 현장 찾아 '지구당 부활' 등 약속
"당심 80% 반영, 원외 당원 표 클 것"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원외 표심을 정조준하는 행보를 펼쳤다. 7·23 전당대회에서 '당심'이 80%나 반영되는 만큼, 원외 당원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패배의 아픔을 겪은 원외 당원들은 당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나 의원과 윤 의원 모두 혁신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통해 '원외 표심' 확보에 집중했다.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장 선출대회'에 참석해 당의 혁신을 약속했다. 이날 대회는 22대 총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킨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의견을 일원화 하기 위한 '원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대 협의회장으로는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이 76표 중 75표의 찬성표를 얻어 선출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5조·협의회 회장의 선출)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1년이며, 1회만 연임할 수 있다.
원외 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정치권의 이목을 끌 사안이었지만, 이날 대회에 더 큰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당권주자 2명이 회의에 직접 참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후보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원외 당원들이 요구하는 당의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나 의원은 "내가 얼마전까지 원외에서 활동해서 전관예우 받는 느낌이라 너무 반갑다"며 "오늘도 이렇게 선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원외당협위원장을 맡고 계신 분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것 같아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 "원외당협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소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지구당 부활이니 예산 부활이니 구체적으로 말씀 안 드리고 다 해드리겠단 약속을 드린다"며 "후원회 등 법적인 부분을 떠나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지역에서 정치하려면 문자 비용이 드는데 이에 대한 걱정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예산도 늘려 줄 안 서고 소신 있게 정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외당협위원회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구당 부활은 이번 전대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지구당 부활 이슈를 띄우긴 했지만,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활동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당권의 분수령으로 여겨질 만큼 큰 이슈로 확산됐다.
국민의힘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원외로 선거에 나서 현역 의원과 겨룬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며 "본선 자체도 어려운데 경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사무실을 내지도 못하고 예산상의 지원 등을 받지도 못하는 점은 치명적이다. 그런만큼 지구당 부활 문제는 당협위원장들의 지지세를 움직일 수 있는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보수혁명'을 강조했다. 그는 "당 중앙을 폭파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한 분노나 변화, 혁신 의지 없으면 이 당은 안 된다"며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힘줘 말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 직후 열 차례에 걸친 보수혁신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보수혁명의 메시지를 내는데 주력한 바 있다.
이 같은 윤 의원의 메시지는 원외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개혁 요구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총선 패배 직후 '첫목회'와 '성찰과 각오' 등의 조직을 만들어 당 차원에서의 혁신을 요구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도 두 의원의 이같은 행보가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 당심이 80%나 반영되게 돼 있다"며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뿐만 아니라 전국에 퍼져 있는 당원들의 표심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데, 두 의원들은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본회의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도 "당원분들께서도 각자 철학과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만큼 당협위원장의 목소리에 완전히 좌우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힘들게 활동하는 원외당협위원장과 당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해주는 후보들을 향한 지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