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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파격이었는데" 20년 전 혁신 소환한 KGM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7.16 10:15 수정 2024.07.16 10:1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액티언, 2005년 세계 최초 쿠페형 SUV로 등장…BMW X6의 모티브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쌍용차 암흑기 겹치며 판매량은 저조

2세대 액티언으로 부활…점잖은 디자인에 혁신 이미지 더해 수요층 확대

2005년 출시된 1세대 액티언. ⓒKG 모빌리티



“선배, 예전에 쌍용차에서 액티언이라는 차가 나왔다가 금방 사라졌었어요?”


KG 모빌리티의 신차 보도자료를 살피던 후배의 물음에 그동안 잊고 있던 20년 가까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5년 혹은 2006년쯤이었을까.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역을 나와 코엑스 방향으로 향하던 중 지하광장 한 켠에 전시돼 있던 자동차 두 대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저게 승용차야? 지프차야?”


당시만 해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지 않았기에 ‘차알못’들은 2박스 형태에 전고가 좀 높으면 무조건 지프차(jeep 브랜드가 보통명사화 된)라 불렀다.


그 시절 SUV라 함은 모름지기 ‘각(角)’이 있어야 했다. 군용 차량처럼 반듯반듯한 네모 상자 두 개가 붙은 모습이어야 뭔가 튼튼해 보이고 폼도 난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두 눈에 들어온 차는 분명 덩치는 있어 보이는데, 삼각형으로 찢어진 헤드램프에 둥글둥글한 보닛,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영 낯설었다. 심지어 색깔은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금기시 되던 ‘진파랑’과 ‘진빨강’이었다.


2005년 출시된 1세대 액티언 후측면. ⓒKG 모빌리티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니 스포티한 맛은 있었다. 벨트라인이 뒤로 갈수록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인상은 날렵했고, 뒷유리 끝에서 꺾이며 직각으로 떨어지는 뒤태는 다부져 보였다. 저대로 좀 눌러놓으면 좀 더 폼이 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레임 바디 차량이었기에 전고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몇 년 뒤 담당 분야를 자동차 업종으로 옮기고, BMW X6, 벤츠 GLC 쿠페 등을 접한 이후에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럴 수가. 내가 그때 본 게 세계 최초의 쿠페형 SUV였다니!”


그때의 그 액티언이 부활한다니, 부푼 마음을 안고 보도자료에 첨부된 사진 파일을 열었다.


‘이런!’. 20년 전의 충격과 경악을 다시 한 번 기대했던 것일까. 생각보다 너무 얌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2024년에 탄생한 새로운 액티언은 KG 모빌리티의 히트작 토레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쿠페형 SUV다. ‘쿠페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뒷유리의 경사각을 많이 기울이긴 했지만 그게 요즘 시대에 파격이라 불릴 만한 디자인 요소는 아니다. 심지어 토레스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앞모습은 토레스보다 더 점잖아 보이기까지 하다.


15일 외관 이미지가 공개된 신형 액티언. ⓒKG 모빌리티

1. 토레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관계로 대폭적인 디자인 변경 한계.

2. 파격적인 디자인은 마니아층에는 환영받지만 판매량에는 큰 도움이 안 됨.

3. 다양하지 못한 라인업과 판매간섭 가능성을 감안하면, 토레스의 파생차라는 인식은 제거할 필요가 있음.

4. 쿠페형 SUV임을 강조하기 위해 '토레스 쿠페'보다는 이 분야의 원조라는 상징성을 지닌 '액티언'을 소환해 혁신 이미지를 부각.


출입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니 KG 모빌리티의 의도가 한 눈에 읽혔다. “맞다, 기업은 잘 팔아 돈을 버는 게 우선이지.”


이렇게 생각하니 파격의 대명사 액티언의 서사를 가져다 쓰는 2세대 액티언이 왜 파격적이지 않은 모습을 갖게 됐는지 이해가 간다.


KG 모빌리티의 전신 쌍용차는 과거 여러 측면에서 혁신의 길을 걸어왔다. 코란도를 앞세워 국내 자동차 시장에 SUV를 뿌리내렸고, 코란도 패밀리와 무쏘를 통해 패밀리카 개념을 정립했다. 레저용 픽업트럭 시장도 앞장서 개척했고, 소형 SUV 붐을 이끌기도 했다.


2005년 세계 최초의 쿠페형 SUV 액티언을 만들고 SUC(스포츠 유틸리티 쿠페)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도 그런 혁신의 일환이었다. 현재 쿠페형 SUV의 대명사로 알려진 BMW X6는 액티언이 나온 지 2년이나 지난 2007년에서야 양산차도 아닌 콘셉트카 형태로 공개됐다. 당시 BMW 디자이너들이 액티언에서 영감을 받아 X6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는 후문도 있다.


안타깝게도 액티언이 등장할 시기는 쌍용차의 암흑기였다. 중국 상하이차가 대주주였던 때라 ‘차이나 디스카운트’도 있었고, 액티언의 라이프사이클 말미에는 옥쇄파업 사태도 겪었다.


훗날 나온 얘기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5년 만에 단종됐다.


무난하고 점잖은 인상의 새로운 액티언은 원조보다 더 넓은 수요층에 어필할 것이고, 아마도 더 많이 판매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KG 모빌리티에 기대하는 것은 그보다 더 ‘액티브’한 모습이다. 신형 액티언을 잘 팔아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여력이 생긴다면 2005년의 충격과 경악을 다시 한 번 던져 주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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