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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만 곧 일년...카카오 ‘강력한 한방’ 필요하다[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4.08.23 07:00 수정 2024.08.23 10:06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지난해 8월 수사 본격화한 후 일 년 흘러

김범수 창업자 구속 기소되며 불안감 최고조

정신아 대표 등 '새 얼굴' 내세워 쇄신 나섰으나

뚜렷한 결과물 부재…하반기 성장동력 입증해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 8월 10일. 금융감독원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제기된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24년 8월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엔터를 인수할 것을 지시했고, 임원들은 그 지시에 따라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카카오엔터의 자금을 동원해 장내 매집을 실시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지 일년이 지났다. 카카오 최고경영진을 향한 수사는 결국 오너 리스크로 비화했고,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해 이 사건으로 카카오가 시끄러워지면서 김 위원장은 3년 만에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사명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공동체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회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외부 기구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나름의 특단의 결정을 내린 듯했다.


이후 카카오는 ‘새 얼굴’인 정신아 신임 대표를 필두로 경영 쇄신에 나섰다. 사법 리스크의 원인으로 지적받아온 ‘부실한 컨트롤타워’와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을 정조준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를 전면 개편해 새 인사들로 채웠다. 문어발 사업 확장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계열사도 정리하고 나섰다.


전방위적으로 쇄신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나 경영진의 의지가 실질적인 공동체 경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외부에서 '카카오 달라졌네'라고 인식하도록 하려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성장 동력을 입증해야 한다. 명쾌한 사업 전략 만이 카카오를 둘러싼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우고, 그간 외쳐온 쇄신이 ‘공염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유의미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자 김 위원장의 구속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카카오의 앞날이 ‘시계 제로’ 상태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대표의 시장 달래기에도 증권사는 냉담하다. 그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전사적 리소스를 톡비즈 성장을 가속화하고 AI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라며 "하반기에는 구상하는 전략을 현실화해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초석이 되도록 과제를 빠르게 수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리포트를 발간한 19개 증권사 중 14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카카오의 혁신이 끝났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단하기에 카카오가 플랫폼적 혁신을 통해 제공한 사회적 편익은 무시할 수 없다.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존 모바일 결제의 복잡하던 결제 단계를 간소화한 전자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택시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간 연결 비효율을 플랫폼으로 해결한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 모두 시장을 놀라게 했던 혁신의 산물들이다.


카카오는 하반기 '대화형 AI'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만이 가진 강점을 살려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항상 '때'라는 것이 있다. 놓쳐버리면 다신 되돌릴 수 없다. 올 하반기는 카카오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요한 '때'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때를 상기하며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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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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