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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코믹 첩보물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08.23 14:05 수정 2024.08.23 14:05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절기상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를 맞았지만, 여전히 더위는 가시지 않은 채 무더위와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하는 말은 한국이 훨씬 더 덥다는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있지만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집에서 즐기는 OTT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최근 전직 요원과 에이스 경찰 부부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오락 액션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가 공개됐다.


강력계 형사인 아내 미선(염정아 분)은 전직 요원이었지만 과거를 숨기고 집안일과 내조를 책임지는 남편 강무(황정민 분)의 불륜을 의심한다. 베테랑 주부로 가정을 지키던 강무가 어느 날부터 낯선 여자 희주(전혜진 분)와 호텔에 가거나 등산하는 모습이 동료 형사에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미선은 조용히 남편을 뒤쫒기 시작하면서 함께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변화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영화 ‘크로스’의 줄거리는 이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클리세 덩어리다. 영화 ‘트루 라이즈’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와 같이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던 전직 요원이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고 가장 가까운 지인과 협력해서 이를 해결해 나간다는 뻔한 이야기이다. 강무와 미선의 캐릭터는 설정만 놓고 보면 뻔하지만, 성별의 역할이 반전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일 하며 아내를 내조하는 강무와 남자들보다 더 걸걸한 포스로 범죄자를 때려잡는 미선의 모습에서 과거와 달리 남녀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신선함을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정형성을 벗고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코믹 첩보물이라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황정민과 염정아 그리고 전혜진, 정만식, 차래형, 이호철까지 연기력 장인들이 극을 이끌면서 영화는 안정감을 준다. 여기에 황정민과 염정아가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웃음과 액션 등 다채로운 재미를 전한다. 특히 두 사람은 하나도 서로 맞는 게 없지만, 부부가 사건에 연루되면서 하나가 되는 찐 케미와 코믹 바이브를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전혜진의 활약과 존재감도 남다르다. 작품 초반부터 중반, 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사랑스러운 매력까지 발산한다. 영화는 출연한 배우들의 액션과 웃음, 반전과 통쾌함까지 골고루 담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보기 적합한 안방 극장용이다. 올해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마음 편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기 마련이다. 영화 ‘크로스’는 첩보물이지만 복잡하지 않은 서사와 시원시원한 동선의 카체이싱, 총기, 맨몸 액션 등으로 지루함 없는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영화는 한마디로 안방 극장용이다. 그 이상의 기대감을 갖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영화관까지 가서 봤다면 아쉬움이 클 작품이지만, 시원한 에어컨 아래 편안하게 집에 앉아 가족과 같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최근 한국 콘텐츠들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영화와 OTT 작품들은 국내 개봉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공개되고 있다. 영화 ‘크로스’ 역시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속성이다. 공개된 후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흥행으로 이어질지 아닐지가 판명 나는데 그것은 작품성과 재미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자본력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비와 캐런티는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제작비를 제공받는다고 해서 고민 없이 과거의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 낼 경우 홍콩영화처럼 반짝하다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은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를 위해 영화라는 제품의 품질을 높여야 할 때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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