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대응 여력 충분하다지만
하루 새 30원 등락 변동성 커
"외화자금 손실 최소화 노력"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30원 이상을 오르내리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은행권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은행들의 관리 여력이 충분하다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이 심해지면서 장기적으로 달러 이탈이 가속화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평균 181.6%로 전년 동월 대비 26.7%포인트(p) 올랐다.
외화 LCR 비율이란 은행이 순외화 유출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자산의 비율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확충함으로써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도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올해부터 금융당국은 은행이 100% 이상 외화 LCR를 갖출 것을 의무화했다. 만약 30일 동안 은행의 순유출 외화액을 10억 달러로 가정하면 10억 달러 이상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당장은 은행 외화 유동성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잡히지 않고 있어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화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외화 LCR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종가 기준 1472원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2월 말에는 1427원까지 내려오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달 들어 미국 관세 정책 영향으로 다시 치솟았고 지난 9일에는 장중 1487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38.1원 급락한 1446원으로 개장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환율 상방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만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선다면,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심리적 경계선이 깨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달러 이탈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긴장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원화 값을 끌어내렸던 국내 정치 혼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올해 하반기 미국의 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 원화값이 추락하면 은행 외화 LCR도 급락할 수 있다.
미중 관세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미국이 중국의 맞불 관세에 또 다시 보복성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위안화가 절하되면 원화 가치도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외화 여신을 더 까다롭게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외화자금 이탈을 방지하겠단 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환율 움직임에 따른 외화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응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지만, 추가 위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수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