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월 1일 가공식품 원료육·달걀 가공품 긴급 할당관세 예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수입 아닌 유통 구조 개선 등 방안 강구해야”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할당관세’ 카드를 꺼냈다. 체감 물다 부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가공식품 원료육과 달걀 가공품에 대한 긴급 할당관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농가를 비롯한 관련 단체에서는 단기적 물가 안정에만 매달린 ‘땜질식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11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가공식품 원료육·달걀 가공품 긴급 할당관세 5월 시행을 예고했다.
김 차관은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체감 물가 부담에 대한 국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식품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 원료육으로 쓰이는 돼지 고기 1만t과 달걀 가공품 4000t에 대한 긴급 할당관세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2023년 12월(4.2%)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 중 돼지고기가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을 기록해 3.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육가공 원료로 사용되는 수입산 가격이 환율 등 영향으로 상승함에 따라 대체제인 국내산 뒷다릿살 등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가 등 관련 협회에서는 할당관세로 물가를 안정시키기보단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축산업 기반 붕괴시키는 할당관세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수입산 돼지고기 유입이 증가하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022년 2023년 할당관세 이후 2024년 상반기 돈가가 하락했으며, 수입량 증가에 따라 2024년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할당관세를 시행한 2022년과 2023년 돼지고기 수입 물량은 각각 22만 6260t, 22만 6273t을 기록했다. 이후 2024년엔 27만 2237t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2월 기준 국내 돼지고기 재고량은 4만 2215t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9월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수입 돼지고기 유입을 늘리기보다는 국내 농가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비 절감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수입을 통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유통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할당관세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직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입업체나 대형 유통업체가 가격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적용하지 않고, 이득만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료육이 활용하는 캔햄 등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 소비자가격 변동률 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송옥주 의원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 1년 이상 할당관세를 적용한 주요 17개 품목을 대상으로 소비자 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할당관세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2022년~2023년 할당관세가 적용된 삼겹살은 18~20% 수입가격 하락 유인에도 2022년 소비자 가격은 전년 대비 12%, 2023년 2% 상승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년 대비 국내산 뒷다리살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물량만 수입을 해오겠다는 것”이라며 “삼겹살 등이 아닌 가공 원료육이 시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가공 원료육 할당관세가 시행되더라도 국내 산지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