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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트레스] 오락가락 '불확실성'... 깊어지는 반도체 업계 고심


입력 2025.04.15 13:39 수정 2025.04.15 13:39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번복되는 관세 정책에 기업들도 당혹

엔비디아·애플은 美 생산 기지 확대

삼성·SK에 美 추가 투자 압박 가능성

"美 빅테크 반발에 관세 제외 경우의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비행기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애플에 이어 엔비디아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수 차례 번복했다. 지난 2일 백악관에서 "대미 흑자 교역국에 대해 징벌적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취임 이후 주요 관세 부과 대상 지역으로 지적돼 왔던 캐나다, 멕시코 등 지역은 제외한 바 있다.


지난 9일엔 상호관세 발효 후 돌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1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를 공지했는데, 곧이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이는 관세 예외가 아니다"고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관세율 발표 시기도 당초 14일로 정해졌다가 다음주로 늦춰진 상태이며 구체적 내용 역시 모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가 머지않아 시행될 것"이라면서도 그 관세율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곧 발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물론, 국내 반도체 및 전자업계도 수시로 바뀌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빠지긴 했으나 향후 관세 부과가 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기업들은 혼란 속에 미국 행정부의 의도를 읽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미 정부가 전략적으로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앞서 미 관세국경보호국의 반도체 관세 유예 결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트럼프의 입에 여전히 향후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제정한 '칩스법'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며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냈던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TSMC가 미국에 생산설비를 건설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물 것"이라고 했다. 관세국경보호국이 관세 유예 결정을 내렸을 지라도,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다만 관세 정책으로 자국 국익에 맞는 정책적 결정을 내린다해도 실질적으로 자국 내 빅테크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관세가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적어 미국 내 빅테크들의 수요를 다 맞춰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스마트폰 관세 역시 삼성전자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기업에 유연성을 보이겠다고 한 것에 기대를 걸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함께 협상해 줄 한국 정부 역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14일 "4년 내 TSMC, 폭스콘, 위스트론, 앰코, SPI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000억 달러(한화 약 712조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미국 내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애플도 미국에 향후 4년 간 50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바이든 정부 당시 미국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아울러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과 함께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총 37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8억7000만 달러(한화 약 5조원)을 들여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만큼 향후 추가 투자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관련 별도 입장은 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우리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관세 관련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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