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2차전]명품 투수전→막장 저질경기 '왜?'
경기 막판 연달은 실수로 실점 속출, 투수전 무색
넥센 끝내기 안타도 두산 실책, 심판마저 오심
명품 경기가 될 수 있었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저질 경기로 변질됐다. 넥센과 두산 등 당사자에 심판까지 삼위일체(?)가 이뤄진 결과였다.
1차전에서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던 넥센은 9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말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 2연승을 거둬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가 나왔기 때문에 수준 높은 경기일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두 팀이 과연 가을 야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느낄 정도로 저질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저질은 아니었다. 경기는 넥센과 두산의 선발 벤헤켄과 유희관의 무실점 투구로 명품 투수전으로 시작됐다. 벤헤켄은 7.1이닝동안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두산의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유희관 역시 7.1이닝동안 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두 투수가 물러난 뒤 양 팀의 '막장 야구'가 시작됐다. 가을야구를 치르는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 이하의 실수가 이어졌다. 8회와 9회에 1점씩 주고받아 2-2가 된 것 모두 수준 이하의 경기력이었다.
두산의 선취점은 넥센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두산은 8회초 1사 1, 3루 공격에서 오재일의 타구가 유격수 앞 땅볼이 되면서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넥센 2루수 서건창이 송구 실수를 저지르면서 오재일이 1루에서 살았고 두산의 득점이 됐다. 넥센으로서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고 두산은 거저 점수를 얻은 셈이 됐다.
하지만 8회말에는 두산이 넥센에 점수를 헌납했다. 2사 2루까지 잘 잡아놓고도 유희관에 이어 나온 홍상삼이 박병호를 볼넷으로 거르려다가 연달아 2개의 폭투를 저지르면서 점수를 거저 줬다.
9회초에는 다시 한 번 넥센의 실수가 이어졌다. 마무리 손승락이 이종욱을 볼넷으로 걸어 보낸 가운데 도루를 허용, 무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이 상황에서 정수빈의 번트를 처리하려다가 악송구를 저지르는 바람에 실점했다. 안타 하나 없이 볼넷과 도루, 악송구로 점수를 준 것이다.
넥센과 두산의 저질 플레이에 주심까지 합세했다. 계속된 두산의 9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김현수의 1루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정수빈이 홈에서 아웃됐다. 그러나 정수빈은 홈플레이트를 터치하지 못했고 포수도 정수빈을 태그하지 못했는데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포스 아웃 상황도 아니었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막장 드라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산은 9회말 볼넷 2개와 안타 하나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넥센 타자들의 선구안이 뛰어난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두산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였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제대로 뿌리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고 한 점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어 연장 10회초에서는 두산 오재원이 땅볼을 치고도 넥센 악송구에 사는 듯 했지만 2루로 뛰는 본헤드 플레이로 아웃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두산의 저질야구였지만 넥센과 두산 양 팀의 야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경쟁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연장 10회말 두산의 실수로 넥센이 승리를 가져갔다.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 1사 1루가 된 상황에서 투수 오현택의 1루 견제 실책으로 1사 3루 위기를 맞고 말았다. 이후 김지수의 우중간 적시타가 터져 나오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메이저리그의 가을 야구에서는 영화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며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운 '가을의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가을 잔치가 몇 년 후, 또는 몇 십년 후에도 회자될 수 있는 전설이 될만한 내용을 갖추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관중 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다 내용이 있는 야구,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급야구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프로야구의 열기와 인기는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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