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부진 '국내파-유럽파 이분법' 곤란하다
눈앞 결과에만 치우친 감정적 비난 봇물
하나 된 팀 ‘시너지효과’ 없이 16강 요원
홍명보호가 전지훈련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멕시코와 미국에게 졸전 끝에 당한 2연패가 문제였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국내파 선수들 자질에 쏠렸다. 결과보다 과정에 주력해야 할 평가전이었고 국내파 선수들이 대부분 비시즌이라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여론은 국내파 선수들에게 비난의 딱지를 붙이는 데만 급급했다. 이는 심지어 전지훈련 무용론에서 K리그의 경쟁력에 대한 폄하 분위기로까지 이어졌다.
대표팀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기력에선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눈앞의 결과에만 치우친 감정적 비난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핑계로 이야기 하지만, 과거의 선례와 비교해 성숙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냄비여론은 안타깝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역대 대표팀만 해도 대패의 역사는 많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체코에게 연이어 오대영(5-0) 대패를 당했고, 허정무 감독도 2010 남아공 월드컵 앞두고 출전한 동아시아 대회에서 중국에 사상 첫 3골차 완패를 당하며 심한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비난 여론에 밀려 감독이 낙마했거나 혹은 대표팀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면 우리는 사상 첫 홈 4강 신화나 원정 16강의 영광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역예선이나 평가전에서 다소 부진한 플레이로 여론의 성토를 받았던 선수들이 시행착오와 경험을 자양분삼아 월드컵 본선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 제몫을 다해준 경우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상철과 김남일이다. 유상철은 투박한 플레이와 부정확한 슈팅으로 '홈런왕'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유상철은 히딩크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멀티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김남일 역시 평가전에서 연이은 실수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 에이스들을 봉쇄하는 진공청소기로 거듭났다.
홍명보호도 이런 과정을 극복하고 더 강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럽파와 국내파간의 선입견이다. 유럽파들의 능력은 인정해야 하지만 이것이 유럽파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나 국내파에 대한 평가 절하로 이어지는 것은 대표팀 분위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파도 대표팀의 일부지 전부는 아니다. 유럽파가 모두 출장한 경기에서도 대표팀이 부진한 경우는 숱하게 찾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파만으로 대표팀을 전부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럽파들만 잘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파만이 절대 우월한 존재라면, 한국이 상대해야할 벨기에나 러시아에는 한국 선수들보다 화려한 유럽파들이 더 넘쳐난다. 한국축구가 그에 맞설 수 있는 길은 유럽파-국내파의 네임밸류가 아니라 오직 하나 된 팀으로서의 결속력이 만들어내는 시너지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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