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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김연아 vs 우스꽝 소트니코바 ‘명품과 짝퉁 사이’


입력 2014.02.23 09:16 수정 2014.03.05 09:49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소치올림픽 피겨 갈라쇼에서 클래스 차이 도드라져

품격 있는 김연아에 젖고..소트니코바 무리수에 눈살

공정성을 상실한 심판진이 퇴장한 가운데 클래스의 차이는 확 도드라졌다.

23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갈라쇼에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피겨스케이팅 스타들이 대거 집결했다.

은반 위에 5개의 원을 그리며 오륜을 만드는 것으로 서막을 연 갈라쇼는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상위 5명과 페어와 아이스댄스 상위 5팀, 그리고 특별히 남녀 싱글 6위 아사다 마오,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참가했다. 남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를 비롯해 각 종목 메달리스트들은 ‘색다른’ 감동과 환희를 선사하며 올림픽을 자축했다.

특히, 김연아(24)는 갈라쇼에서도 ‘품격’을 드러내며 비범한 스케이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겨울왕국' 엘사를 연상케 하는 화사한 파란 톤의 드레스를 입고 은반에 선 김연아는 친숙한 멜로디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존 레넌 원곡을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이매진(Imagine)’ 배경음악으로 한 김연아의 갈라쇼는 테러 위협 속 치러진 소치올림픽의 피날레 테마로 적격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아는 이 무대에서 진한 여운과 강렬한 인상을 다시 한 번 남겼다. ‘퍼주기 의혹’ 속에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겼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갈라쇼에서도 쏟아 부었다.

김연아는 갈라쇼 중간 트리플 살코 점프는 건너뛰었지만 다른 점프는 깔끔하게 소화했고, 스핀 연기도 곡 분위기에 완전하게 녹아들었다. 특히, ‘온리 원’ 가사가 나올 때 애교 있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윙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반 곳곳을 어루만진 김연아는 풍부한 감성을 연기에 담아 가슴을 울리고 적셨다. 관중석 곳곳에서도 탄성을 내질렀다.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피겨퀸’의 아름다운 동작 하나하나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관중석 곳곳에서 탄성과 눈물이 흘렀다. ‘퍼주기 의혹’에 휩싸인 피겨 판정단과 달리 관중들은 본 그대로, 들은 그대로 반응했다.

김연아에 이어 스물다섯 번째로 무대에 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

김연아에 젖은 갈라쇼 무대에서 소트니코바의 존재는 더욱 작게만 느껴졌다. 물론 러시아 홈팬들의 환호는 있었지만, 러시아의 어떤 선수가 나와도 들을 수 있는 ‘소리’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곡 '아디오스 노니노'를 작곡한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명곡 '오블리비언 탱고'에 맞춰 형광색 깃발을 들고 나선 소트니코바는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논란의 금메달 획득 이후 홈 어드밴티지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전 세계 언론과 피겨 전문가들은 불공정 잣대와 편파 판정, 그리고 이성을 잃은 채점 기준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심판진 구성으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는 가운데 익명의 심판은 판정의 공정성 결여를 인정하는 양심선언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홈 팬들에게 금메달리스트로서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린 탓일까. 소트니코바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무리수를 띄웠다. 서커스 의상을 연상케 하는 형광색 드레스에 2개의 큰 깃발을 들고 등장,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도 못했다. 심지어 스케이트날이 깃발에 걸려 휘청했고, 깃발에 얼굴이 가리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했다.

가산점을 넘치도록 받았던 기술적 부분이나 격조 높았다던 예술 구성 부분 등 오히려 갈라쇼를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남은 ‘근자감’을 지켜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품격은커녕 올림픽 무대의 퀄리티를 떨어뜨린 무리수였다. 싱글-프리스케이팅과 달리 비경쟁 부문인 데다 색다른 연기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의 장점이자 특색이다. 소트니코바의 연기는 매우 색달라 그에 부합(?)하는 부분도 있지만, 금메달리스트로서 보여줘야 할 품위는 온데간데 없었다.

다시 만난 김연아와 소트니코바. 러시아 관중들의 소란 속에도 명품 판별은 너무나도 쉽게 끝났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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