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런던 조직력 선택…엔트리 논란 정면돌파 이유
상대적 약팀 한국, 가장 중요한 건 조직력 극대화
K리그와 대표팀 내 활용도 달라..아쉽지만 이해해야
월드컵은 세계 축구강국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단기전을 통해 자웅을 겨루는 대회다.
무엇보다 전력이 약한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탄한 ‘조직력’이 중요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일궈낼 수 있던 원동력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력은 한국이 슈퍼스타가 즐비한 이탈리아를 격파한 원동력이다. 당시 한국은 1년 넘게 합숙훈련을 했다. 사상 첫 16강 대업을 위해 K리그가 희생한 덕분에 선수들이 일찌감치 차출돼 전지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제아무리 월드컵 시즌이라 해도 ‘대표팀 파행운영’은 없었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말은 이제 옛 말일뿐이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규정에 의거,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는 시간도 짧아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2002 월드컵 이후, 다수의 유럽파를 배출, 국내파와 유럽파가 모이는 시간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이런 사연과 맞물려 대한축구협회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세대교체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청소년 대표가 성인대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중심에 홍명보 감독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을 차례로 지휘하면서 유망주를 육성했다. 구자철, 지동원, 김영권 등이 바로 홍명보호 황태자들이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발맞춘 덕분에 눈빛만 봐도 통한다.
그 결실이 2010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명보호 최종명단 23인 주축도 어린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형제들이다.
이명주 탈락을 둘러싼 잡음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명주는 K리그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최근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때 국내파 유럽파 통틀어 가장 뛰어난 몸놀림을 과시한다. 최문식의 패스능력과 박지성 활동량, 공수조율을 모두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만, 이명주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지난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홍명보 철학에 녹아들지 못했다. 이는 이명주 탓도, 홍명보 탓도 아니다. 포항 전술과 대표팀 전술 ‘이질감’에서 오는 차이일 뿐이다.
포항은 이명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은 다르다. 선수구성도 이명주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명주는 유럽파 선수들과 발을 맞춰본 경험이 부족하다.
월드컵은 단기전이다. 홍명보호 한국은 스타플레이어가 절대 부족하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설기현, 이천수 등 한일월드컵 막내들도 서른을 훌쩍 넘어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
베테랑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은 역시 조직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차세대 한국축구 희망’ 이명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동메달 밑거름인 ‘런던 조직력’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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