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빠진 아시안컵 '리더' 되어야 할 4인
슈틸리케호, 박지성-이영표 등 선수단 분위기 이끌 기둥 없어
기성용-이청용 중심으로 손흥민 활약 기대..차두리도 선배 역할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지만 어느 팀이든 좀 더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은 있기 마련이다.
공격과 수비에서의 역할은 물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리더십과 존재감만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는 존재들이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는 지난 10여년 박지성과 이영표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부터 2011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약 10년 가까이 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했다. 한국축구는 두 선수와 함께 사상 첫 월드컵 4강과 원정 16강 등 빛나는 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기에 언젠가는 이들과 헤어져야했고, 그 빈 자리는 너무도 커보였다.
브라질월드컵은 박지성과 이영표 은퇴 이후 처음 치르는 메이저 대회였다. 우려대로 이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사실 지역예선부터 드러난 약점이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믿고 의지할 기둥이 빠진 것은 물론 분위기를 이끌 ‘고참’ 자체가 없었다. 대표팀은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초라하게 짐을 쌌다.
월드컵에서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시험무대는 ‘2015 아시안컵’이다. 월드컵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아시안컵은 박지성-이영표조차도 풀지 못했던 한국축구의 오랜 숙제다.
여전히 박지성-이영표는 없지만 달라진 것은 대표팀의 경험이다. 3~4년 전만해도 미숙했던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고,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며 더 성숙했다. 이제는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의 박지성-이영표에 비견할만한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기성용과 이청용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쌍용' 콤비는 이제 어느덧 팀내에서도 중견급이 됐다. 두 번의 월드컵과 한 번의 아시안컵을 거치며 이제 체험할 수 있는 메이저 대회는 모두 경험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유럽무대에서도 소속팀 부동의 주전으로 수년째 활약 중인 검증된 해외파들이다.
쌍용 콤비에게 두 번째 월드컵은 성장통이었다. 기성용은 경기 외적인 구설로 자주 도마에 올랐고, 이청용은 부상 후유증과 함께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이들의 상황은 다시 변했다. 소속팀에서 한층 높아진 위상과 함께 꾸준한 활약으로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포스트 박지성' 손흥민은 대표팀의 새로운 주득점원이자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골까지 터뜨리며 한층 성장했다. 4년 전 아시안컵에서는 박지성 백업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한 주전으로 박지성의 빈자리를 메워야한다. 공격수 부재로 우려를 낳고 있는 대표팀에서 전반기에만 11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득점력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베테랑 차두리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차두리는 30대 중 대표팀에 발탁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특유의 파이팅으로 오른쪽 수비는 물론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는 박지성-이영표처럼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태극마크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한편,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오만을 비롯해 개최국 호주, 쿠웨이트와 A조에 편성됐다. 오만과의 1차전은 10일 오후 2시 KBS 2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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