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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FA 프리미엄’ 몸값 폭등의 또 다른 주범


입력 2015.01.10 07:24 수정 2015.01.11 10: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FA 앞둔 두산 김현수, 비FA 최고액으로 재계약

‘예비 FA 대우 없다’는 삼성 행보 눈여겨 볼만

FA를 1년 앞둔 김현수와 오재원은 큰 폭의 연봉 인상액을 받아들었다. ⓒ 두산 베어스

지난해 많은 논란을 낳았던 프로야구 FA 시장의 거품이 올해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FA 시장은 역대 최고의 돈 잔치가 펼쳐졌다. SK 최정이 4년간 86억원에 잔류하며 롯데 강민호(4년 75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1년 만에 갈아치웠고,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4년 84억원)과 삼성 윤성환(4년 80억원)도 일명 ‘대박’을 터뜨렸다. 각 구단들이 19명의 FA들에게 쏟아 부은 돈만 무려 630억 6000만원이다.

그러자 야구계 안팎에서는 해마다 치솟는 FA 몸값을 잡기 위해 지금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FA 자격 연한을 축소하자는 목소리부터 등급별 FA, 다년 계약 보장, 외국인 선수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어떤 제도 개선도 지금의 몸값 폭등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계약을 직접적으로 맺는 당사자인 구단과 선수 측의 이해관계가 제도 개선과는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FA 시장은 수요(구단)가 공급(FA 선수)보다 낮은 위치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올 겨울 각 구단들의 재계약 상황을 지켜보면 FA 광풍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을 손쉽게 내릴 수 있다.

먼저 두산 오재원은 지난해 커리어하이인 타율 0.318 5홈런 40타점 33도루를 기록했다. 그가 받아든 올 시즌 연봉은 1억 7000만원에서 무려 2억 3000만원(135.2%)이나 오른 4억원이다.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상폭이 아닐 수 없다.

며칠 뒤 이번에는 김현수가 역사를 새로 썼다. 7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될 김현수는 비FA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김현수 역시 팀의 간판타자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그가 3억원이나 인상될 정도의 활약을 펼쳤는지는 의문이다.

SK도 마찬가지다. 박정권은 지난해 2억 35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정상호 역시 1억55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이들의 연봉이 널뛰기를 한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비 FA 프리미엄’이라는 몸값 폭등의 또 다른 주범이다.

최근 각 구단들은 FA 자격을 얻게 될 선수들에게 미리부터 거액의 돈을 안겨주고 있다. 예비 FA들이 1년 전부터 프리미엄을 얻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일찌감치 선수의 마음을 붙들겠다는 구단 측의 강력한 의지와 혹시 모를 이적을 대비해 보상금의 규모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현행 FA 제도에 따르면, 타 구단 선수를 영입할 경우 원 소속구단에 직전 연봉 200%+보호선수 20명 외 1명, 또는 연봉의 300%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김현수가 올 시즌 후 이적한다면 15억원+선수 1명, 또는 22억 5000만원의 보상금이 필요한 셈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올 겨울 최고액을 찍은 최정이 대표적이다. 2012년 2억 8000만원을 받았던 최정은 이듬해 WBC에 참가하게 됐고,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FA 자격 획득을 1년 앞당길 수 있었다.

이에 SK 구단 측은 최정의 연봉을 5억 2000만원으로 크게 높였다. 그러나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최정의 FA도 1년 뒤로 미뤄지고 말았다. 결국 지난해 SK는 최정에게 다시 ‘FA 프리미엄’을 안겼고, 그의 연봉은 비FA 최고액인 7억원까지 상승했다.

반면, 이들과 정반대 노선을 취한 삼성의 행보를 눈여겨 볼만하다. 삼성은 이번 연봉협상을 앞두고 일찌감치 “예비 FA에 대한 대우는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그리고 팀의 주전 3루수 박석민은 3억 7000만원에서 1억원 오른 4억 7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삼성은 1년 전에도 같은 입장이었다. FA 자격을 코앞에 둔 윤성환과 안지만은 내심 큰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이때에도 삼성의 입장은 단호했다. 결국 두 선수는 전지훈련 불참의 승부수까지 꺼내들었지만 구단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삼성은 FA 자격을 갖춘 뒤 이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해줬다. 윤성환은 올해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계약 총액 80억원의 거액을 거머쥐었고, 안지만도 역대 불펜 최고액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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