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호 5회 스스로 볼판정, 순식간에 2실점
최악의 플레이는 1997년 삼성 포수 김영진
한화 포수 정범모가 역사에 남을 본헤드플레이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범모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의 원정경기서 구심의 볼 판정을 착각, 굳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헌납하고 말았다.
사건은 LG가 2-0으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왔다. 한화 선발 유먼은 이진영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6구째 투구를 바깥쪽에 찔러 넣었다. 우효동 구심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볼넷이었다.
하지만 정범모는 삼진 아웃으로 판단했고, 주저 없이 1루수 김태균에게 공을 던졌다. 그러자 LG는 3루 주자 오지환에 이어 2루 주자였던 정성훈까지 홈을 밟았다. 뒤늦게 알아차린 김태균이 홈으로 쇄도하는 유먼에게 공을 던졌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본 헤드 플레이’란 단어 뜻 그대로 멍청한(bone head) 플레이란 말이다. 주루 상황이나 수비 시 판단 착오 또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곤 한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본 헤드 플레이를 소개한다.
⑤ 롯데 박종윤 - 2012. 4. 17 SK전
롯데는 3-2로 앞서던 6회말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힘껏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곧바로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다. 주자 모두 가만있어도 되는 상황. 그러나 SK 2루수 정근우가 볼을 잡지 못하자 3루 주자 박종윤이 갑자기 홈으로 파고들었다. 결과는 당연히 아웃.
더욱 황당한 것은 박종윤뿐만 아니라 루상에 있던 3명의 주자들이 모두 뛰었다는 점이다. 경기 후 1루 주자였던 손아섭은 “순간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했고, 아웃된 당사자 박종윤은 “뛰어 들어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④ 롯데 김주찬 - 2008. 6. 7 SK전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롯데 손민한과 SK의 신예 김광현의 멋진 투수전으로 기억되는 경기다. 당시 김광현은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우며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고, 손민한도 아쉽게 완투패 했지만 김광현 못지않은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명승부의 옥에 티는 SK의 추가점이 나온 9회초에 벌어졌다. 어떻게든 한 점을 더 뽑으려던 SK는 스퀴즈 작전을 펼쳤고, 조동화가 넘어지면서 번트를 댔다. 이미 3루 주자가 홈을 통과한 상황. 결국 손민한은 타자 주자를 잡기 위해 1루에 공을 던지려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1루수 김주찬이 번트 타구를 잡으려 손민한과 함께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황급히 다시 1루로 돌아간 김주찬은 손민한의 송구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베이스를 밟지 않아 안타 처리되고 말았다. 황당한 표정의 손민한은 한동안 김주찬을 쏘아봤고,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후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③ 두산 용덕한 - 2011. 5. 27 한화전
9-10으로 뒤지던 한화는 1사 2루 상황에서 오선진은 두산 마무리 정재훈의 포크볼을 헛스윙했다. 투스트라이크였기 때문에 낫아웃 상황. 홈플레이트를 맞은 공은 두산 포수 용덕한의 머리를 넘어 백네트까지 굴러갔다.
용덕한은 파울이라고 어필했지만 주심은 인플레이를 지시했다. 그래도 용덕한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2루 주자 추승우가 홈으로 들어왔고, 타자주자였던 오선진이 3루까지 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후 투수 정재훈이 볼을 주우러 가고 나서야 상황이 멈췄다.
용덕한의 안이한 플레이는 팀 패배로 이어졌다.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정재훈은 후속타자 강동우에게 역전타를 내줬고, 결국 두산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까지 나서 강하게 어필했지만 다른 부심들과 의견을 교환한 박근영 주심은 끝내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② 두산 정수빈 - 2011. 8. 27 삼성전
연장까지 1-1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양 팀의 희비는 11회초 엇갈렸다. 당시 1사 2루 찬스를 잡은 삼성은 오정복의 잘 맞은 타구가 우중간을 가르는 듯 했지만 두산의 발 빠른 우익수 정수빈이 잽싸게 타구를 낚아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정수빈은 공을 들고 그대로 펜스 앞까지 천천히 뛰었다. 이를 놓치지 않은 2루 주자 배영섭이 3루를 지나 홈까지 쇄도, 결승득점에 성공했다.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정수빈은 무릎을 꿇고 그라운드에 고개를 떨궜다.
① 삼성 채태인 - 2011. 5. 3 롯데전 & 2012. 5. 6일 한화전
채태인은 아직까지도 본 헤드 플레이의 대명사로 통한다. 2011년 롯데전에서 1루 주자였던 채태인은 외야플라이 때 2루를 밟은 뒤 아웃이라고 판단, 다시 2루를 밟고 귀루하다 중견수 전준우가 놓친 것을 알자 그대로 3루로 향했다.
2루를 밟지 않았던 채태인은 누의 공과에 관한 어필 아웃 규정에 의해 아웃 처리.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물러나면서도 채태인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갈팡질팡하며 어쩔줄 모르던 그의 주루플레이는 야구팬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른바 ‘채럼버스의 지름길’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채태인은 이듬해 한화전에서도 김경연의 타구를 잡은 뒤 설렁설렁 베이스 쪽으로 가다 세이프를 내주고 말았다. 지나친 여유에서 비롯된 실책이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하일성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30년 중계를 하며 이 같은 장면은 처음 본다”라고 혹평했다.
이밖에...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본 헤드 플레이는 단연 삼성의 포수 김영진의 아웃카운트 착각이다. 1997년 쌍방울전에 마스크를 쓴 김영진은 4-1로 앞선 9회 2사 1-2루 상황에서 상대 타자 장재중이 원바운드 공을 헛스윙하자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 곧바로 관중석을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를 놓치지 않은 이가 있으며 당시 쌍방울 사령탑이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낫아웃이라 항의했고, 주심이 이를 받아들이며 경기가 재개됐다. 결과는 쌍방울이 6-4로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마무리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08시즌 시카고 컵스와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의 경기를 꼽는다. 페넌트레이스 1위 결정전이기도 한 당시 경기서 홈팀 뉴욕은 9회말 2사 1-3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알 브린드웰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고 경기장은 환호로 들끓었다.
그러나 컵스의 1루수 겸 감독이었던 프랭크 챈스는 중견수에게 공을 2루로 송구하라고 소리쳤다. 1루 주자가 기쁜 나머지 2루를 밟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챈스 감독은 1루 주자가 2루를 밟지 않으면 타자 주자의 안타가 인정되지 않는 포스아웃 상황을 설명했고, 심판도 논의 끝에 아웃으로 정정했다.
특히 정규시즌 1위가 걸린 경기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고, 결국 해리 풀리엄 내셔널리그 회장은 컵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재경기가 펼쳐졌고, 컵스가 승리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지역 언론과 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던 풀리엄 회장은 신변의 위협을 받은 나머지 자살의 길을 택했고, 컵스도 이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100년 넘게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걸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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