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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장시환 ‘변칙 마무리’ 유행..퇴행인가


입력 2015.05.20 10:57 수정 2015.05.21 09:4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부족한 투수자원 탓..롱 마무리 불가피?

체력 떨어지는 여름 이후가 문제

권혁은 벌써 24경기에 나서 불펜투수들 중 가장 많은 38이닝을 던지며 3승3패 3홀드 8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대 야구에선 투수 분업화가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 선발투수-구원투수 정도로만 나누어졌던 보직이 중간계투-롱릴리프-원포인트-셋업맨-마무리 등으로 세분화됐다.

과거에는 선발투수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구원투수 보직을 맡는다는 이미지도 있었지만, 이제는 불펜의 비중이 날로 강화되면서 팀 내 최고의 구위를 지닌 선수가 불펜인 경우도 흔해졌다. 특히, 매 타자를 상대로 전력투구해야 하는 마무리는 되도록 1이닝을 넘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불펜에 때 아닌 복고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믿을만한 투수가 9회만이 아니라 8회나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가 하면, 2~3이닝 이상 롱릴리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도 잦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는 데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일 이상 연투는 기본이고 주 3~4회 이상 등판해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중무리' 혹은 '롱마무리'로 일컬어지는 구원투수의 변칙적인 기용은 9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야구의 흔한 불펜 운용법이었다. 전성기의 구대성(전 한화)이나 임창용(삼성)은 이러한 롱마무리의 대표 주자들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동안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올 시즌 들어 불펜의 비중이 커지면서 변칙적 불펜 운용이 다시 상한가를 치고 있다.

권혁(한화), 장시환(kt) 등은 올 시즌 프로야구의 롱 마무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주역들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업한 심수창(롯데)이나 FA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윤석민(KIA) 등도 상황에 따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구원투수들이다.

이러한 롱 마무리 유행은 사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타고투저 현상과 투수 부족 현상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들의 기술적-체격적 수준은 날로 높아지는데 투수들의 향상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뒷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들의 숫자가 부족해지며 결국 한두 명의 믿을만한 투수에게 1이닝 이상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당연히 불펜의 핵심인 마무리가 2~3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구원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많은 팀들은 대체로 중하위권 팀이다. 삼성, SK 등 상위권 팀들은 비교적 마운드 분업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중하위권 팀들은 매 경기 1승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화는 선발진이 허약하다 보니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kt는 선발과 불펜은 물론 타선까지 명실상부한 리그 최약체다. 자연히 권혁이나 장시환처럼 승기를 잡았을 때 믿고 내보낼 수 있는 카드가 한정돼 있어 부득이한 측면도 있다.

많은 야구계 관계자들은 올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지거나 심지어 규정이닝을 채우는 불펜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잦은 등판과 많은 이닝 소화는 필연적으로 구원투수들의 혹사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권혁이다. 현재까지 24경기에 나서 불펜투수들 중 가장 많은 38이닝을 던지며 3승3패 3홀드 8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12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던졌다. 2일 이상 연투만 8번이나 된다.

장시환도 이에 못지않다. 17경기에 나와 2승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할 동안 무려 35.1이닝을 던졌다. 연투 자체는 적지만 한번 나올 때마다 2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10경기에 이를 만큼 전형적인 롱마무리다.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속팀에서는 팀 사정을 이유로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만 선수를 투입하고 투구수에도 나름의 기준을 정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기용은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혹사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롱마무리의 유행이 복고의 성공인지 아니면 퇴행인지는, 빈번하게 등판하고 있는 불펜투수들이 과연 건강하게 한 시즌을 무사히 마치느냐에 달렸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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