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경제 감염'이 더 큰 공포
살아나는 소비심리에 '찬물'…유통·관광·공연업계 '직격탄'
한국경제가 ‘메르스 여파’에 움츠려들고 있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 2명이 발생하는 등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던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유통·관광·공연업계 등은 벌써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어 자칫 사태가 악화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지속되면서 메르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 중화권이 입었던 경제타격이 국내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최근 나흘 동안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한국 관광을 취소한 인원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내수시장을 견인했던 ‘유커 특수’가 직격탄을 맞게 된 상황이다. 아직까지 항공, 공연 등 관련 업계까지 급격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도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문화센터 등록자들의 대거 취소사태가 잇따르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사스-신종플루 한파 비켜갔던 한국경제 이번에도 버틸까
신종플루-사스 사례는 한국경제가 ‘메르스 한파’를 견딜 체력 여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늠자가 된다.
2009년 신종플루가 창궐했을 당시 한국경제는 민간소비 증감률이 2분기 3.3%에서 3분기 1%로 떨어지는 등 위축됐지만, 곧장 4분기에 1.6%로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2003년 사스 유행 때에는 중화권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사스 발병지였던 홍콩의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4.1%였지만 2분기에 -0.9%로 내려갔고, 중국은 같은 기간 성장률이 10.8%에서 7.9%로 급락했다.
한국경제는 사스와 신종플루의 한파에서 비켜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당국의 신속한 초동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데 반해 메르스는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격리자도 1000명이 넘어섰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인접국이 메르스 발병 주요국으로 우리나라를 예의주시하면서 반한감정 확산 등 경제 외적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고, 홍콩 당국에서는 우리나라 의료계와의 교류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 '바보야! 지금이 살 때야'
하지만 경제 풍향계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불안은 기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스나 신종플루 당시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글로벌 경제나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과거 주요 인플루엔자의 유행 당시 세계 경제와 증시가 받은 충격은 단기간에 회복됐다”며 “오히려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즉, 증권가에선 국제적 유행병 발병 이후 빠른 경제회복이 이뤄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지금이 살 때’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이어 “최근 코스피 약세 국면에 메르스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다”며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국내 수출부진, 금리·환율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보면 전염병 발병 이후 시차를 두고 1~2개월 정도가 사회적 여론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며 “신종플루와 에볼라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1~2주 사이에 사회적 여론이 집중되고 이후 완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1~2주 증시 요동칠 수 있어…정부의 '기준금리 인하'카드도 주목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의 메르스 방역 능력과 결과에 따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력의 수위가 결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향후 1~2주가 메르스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한국경제의 체감온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방역 체계에 허점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병원 내 3차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며 “3차 감염자가 확대된다면 과거 사스 사태 당시 홍콩과 중국 증시의 일시 하락폭인 6~8%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메르스 악재를 잠재울 카드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추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메르스와 엔저에 직면했다”며 “이에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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