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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과서 집필진에 학연·학맥 카르텔이 횡행


입력 2015.10.24 10:18 수정 2015.10.24 10:18        하윤아 기자

특정학교 출신 교수·교사로 집필진 구성돼 '독식 현상' 뚜렷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특정학교 출신의 교수·교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중 일부 출판사는 학맥을 중심으로 집필진이 구성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특정학교 출신의 교수·교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 출판사는 학맥을 중심으로 집필진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출신에 따른 이른바 학연·학맥 카르텔이 역사교육계 현장에 존재해 한국사교과서 집필에서의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특정학교 출신의 교수와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집필진 구성의 '독식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8종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을 살펴보면 총 59명 가운데 약 절반가량(47.5%)에 해당하는 28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그 중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과 출신이 1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 9명은 각각 사학과(8명)와 동양사학과(1명) 출신이었다.

특히 지학사의 경우 집필에 참여한 교수와 교사 등 8명 전원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이 중 7명이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또 금성과 리베르스쿨은 집필진의 80% 이상이 서울대 출신으로 밝혀졌다. 금성의 경우 전체 집필진 8명 중 7명이 서울대를 나왔고, 이 가운데 역사교육과 출신은 5명이었다. 리베르스쿨은 전체 집필진 5명 중 4명이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이들이었다.

이밖에 미래엔은 집필진 8명 가운데 5명이 현직 동국대 교수와 동대학 졸업생으로, 일종의 학맥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학사 역시 전체 집필진 6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현직 공주대 교수와 동대학 졸업생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대학은 물론 전공학과까지 같은 교수·교사들이 집필에 참여하고, 심지어는 대학교수와 해당 대학 졸업생 간의 학맥으로 집필진이 채워지고 있어 구성 면에서 다양성이 결여되고 편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울러 집필진 구성의 편향성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학자들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가 서술돼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역사교육계에서 학맥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학맥으로 이어진 집필진들이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면 균형잡힌 서술에는 방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논쟁을 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인데 한 사람의 대표 저자를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특정 학맥이 뭉치게 되면 결과는 필연적으로 치우치게 돼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현행 검정교과서 모두 이 같은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도 본보에 "집필진 구성에서 학맥과 인맥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사제지간으로 엮어지거나 같은 대학 동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특히 조진형 대표는 "집필진 뿐만 아니라 검정심의위원회나 교육과정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학맥,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 보니 교과서의 이념편향성 부분이 전혀 걸러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집필 및 심의 과정에서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짐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친 서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조진형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심의위원회 등 교과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근거자료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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