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한화로 매각된 한화종합화학, 4년째 적자 불구 '최고대우'...노조설립 1년도 안돼 파업
롯데로 매각된 삼성정밀화학, 실적호조·급여격차 불구 투쟁 대신 협상
“한화종합화학이 왜 파업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몰아부치면 모두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롯데그룹으로 매각된 삼성그룹 화학계열사의 한 직원이 지난달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한화종합화학 노조를 향해 한 말이다.
삼성그룹 사업재편 과정에서 한화와 롯데로 매각된 한화종합화학과 삼성정밀화학이 각각 상반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경영실적과 급여 등 보수문제 등 양사의 입장이 다른 처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기업은 투쟁을, 또다른 기업은 협상을 택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 소속 노조원들은 3일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인수자인 롯데그룹과 투쟁 대신 이례적으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통상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기업 노조는 무조건적인 매각 반대 투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투쟁이 격렬할수록 매각에 따른 위로금 등 ´떡고물´의 크기도 덩달아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간 ´빅딜´ 발표 이후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향후 대응방안 등을 놓고 주말 내내 노조원 간 격론을 벌인 끝에 투쟁보다는 협상을 택했다.
지난 2011년 748억원, 2012년 5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정밀화학은 이후 대규모 투자에 나섰으나 세계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2013년 203억원, 2014년 2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일반 노조원은 물론 노조 소속 간부들까지 희망퇴직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흑자로 돌아서면서 회사분위기도 한층 좋아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들어 선제적 투자가 빛을 발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상황에서 매각 반대 일변도의 투쟁을 펼칠 경우 회사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고 이는 노조원들의 고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루 아침에 매각 소식이 전해진 한화토탈이나 한화종합화학 등과 달리 삼성정밀화학 임직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매각을 예견했었다는 점도 노조의 차분한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롯데케미칼 노조원과 삼성정밀화학 노조원의 연간 평균 급여가 1000~1500만원 가량 차이가 나고 있어 향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반면 삼성에서 한화그룹으로 소속이 바뀐 한화테크윈과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 소속으로 새 출발한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1월 노조를 설립한 지 10개월 만인 지난달 중순 파업에 돌입, 현재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자 주력 제품인 테레프탈산(TPA) 가격폭락으로 4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측은 끝내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초강수를 두는 등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경영환경에도 전면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 600%를 2년 내 통상임금 적용, 일시금 150만원, 휴가 5일 신설 등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으로 즉시 적용하고, 56세부터 시작되는 임금피크제를 58세부터 적용하도록 요구하면서 협상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지난 29일 국내외 거래선에 원료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한 상태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고객 추가 이탈과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급여 및 복지 수준은 동종업계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선택했다. 한화종합화학 노조원의 평균소득은 9000만원에 달하고, 이 중 44%는 연봉 1억원 이상이다. 또 지난해 삼성에서 한화로 소속을 바꾸면서 위로금을 평균 5500만원 받았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올해 한화그룹에 들어온 첫해이기 때문에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의 협상안을 제시했다”면서 “회사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대와 투쟁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공멸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런차원에서 삼성정밀화하의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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