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호황 뒤 고용절벽 그림자
10대 생보사 상반기 영업익 2조6713억…전년比 33.3%↑
고용은 오히려 감소 '역행'…1년 간 직원 수 4.4% 줄어
IFRS17 대비 허리띠 졸라매는 보험사들…고용불안 지속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향상된 성적표를 받아 들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럼에도 생보사들이 식구를 줄이면서 일자리는 오히려 축소되는 모습이다.
특히 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시점인 탓에, 회사의 실적 개선 속에서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리보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외국계를 제외한 자산 기준 국내 10대 보험사 가운데 반기보고서를 내지 않는 신한생명을 뺀 9개 생보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671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4억원) 대비 33.3% 증가했다.
생보사별로 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경우가 7곳으로 줄어든 곳(2곳)보다 훨씬 많았다.
흥국생명의 영업이익이 741억원으로 같은 기간(299억원) 대비 147.8%(442억원) 급증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ING생명의 영업이익도 1239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90.1%(1116억원) 증가하며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이밖에 한화생명(57.3%)·삼성생명(37.6%)·교보생명(26.8%)·동양생명(21.4%)·NH농협생명(5.0%) 순으로 이 기간 영업이익이 많이 늘었다. 반면 구조조정 진통을 겪고 있는 KDB생명은 올해 상반기 3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미래에셋생명은 같은 기간 455억원에서 39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3.6%(62억원) 줄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생보업계는 호황이지만 고용 규모는 오히려 쪼그라드는 모습이었다. 실제 조사 대상 생보사들의 지난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8104명으로 전년 동기(1만8938명) 대비 4.4%(83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의 직원이 658명으로 같은 기간(849명) 대비 22.5%(191명)나 줄며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과 교보생명의 직원 수 역시 각각 19.2%(240명)와 10.1%(418명) 감소했다. 또 ING생명이 2.3%(17명), 삼성생명이 1.0%(52명)씩 직원 수를 줄였다.
반면 고용 규모가 불어난 생보사들의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직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KDB생명의 경우 854명에서 895명으로 4.8%(41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밖에 농협생명(1.2%·13명)과 동양생명 (0.7%·7명), 한화생명(0.6%·23명) 등이 1% 안팎의 직원 규모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생보업계의 일자리 늘리기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거꾸로 더욱 고용 창출이 힘들어질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는 2021년 도입 예정인 IFRS17이 보험사들의 경영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본격 적용되면 보험사들의 부채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지금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의 사업비 절감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적용에 앞서 자본 확충과 함께 비용도 최대한 줄이려는 게 현재 보험업계의 분위기"라며 "미래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아무리 실적이 좋더라도 현 시점에서 직원을 늘리며 회사 규모를 키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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