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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건드린 이재명…이해찬, '손절'할까


입력 2018.11.26 15:17 수정 2018.11.26 16:24        정도원 조현의 기자

文대통령 아들 준용 씨 언급 이후 분위기 급변

홍영표조차 "이재명,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이해찬 "내용 잘 모른다"…손절 타이밍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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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조차 "이재명,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이해찬 "내용 잘 모른다"…손절 타이밍 고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월 11일 열린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함께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검찰 수사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를 거론하면서 이른바 '역린'을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 지사를 감싸왔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간의 정치적 손실을 무릅쓰고 이 지사 '손절(損切)'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친문(친문재인)으로 꼽히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문준용 씨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은) 내가 환노위 간사였던 2012년 대선 때 문제가 돼 5년 동안 울궈먹은 소재"라며 "아주 정치적인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 시점에서 (이재명 지사가) 그런 문제제기를 했다면 정말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런 심경을 내비쳤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4일 검찰 출석에 앞서 "(이른바 '혜경궁김씨'의)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며 "아내에게 가해지는 공격에는 특혜채용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혜경궁김씨' 관련 의혹제기가 계속되면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이를 가리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고,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문제"라며 "이 지사가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내 친문 의원들 사이에서 당혹감이 확산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이날 "정말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은 이러한 당혹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지사를 가급적 감싸안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던 이해찬 대표가 '손절'에 나설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8·25 전당대회 때부터 이재명 지사를 감싸안느라고 적잖은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왔다. 자진탈당을 요구한 당권 라이벌 김진표 의원에 맞서 이 지사를 비호한 이 대표의 태도는 '극문'이라 불리는 열성 책임당원들의 불만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지사 문제는 정무적으로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튿날 이재명 지사가 문준용 씨 문제를 물고들어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관측이다.

전날 민주당 당원토론회 '중구난방'에 참석한 이 대표는 이 지사의 문준용 씨 언급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더 이상 이 지사를 감싸안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간의 정치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손절'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이 지사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났는데도, 이 대표는 여전히 이 지사 편을 들고 있다"며 "이 대표는 이 지사가 '경찰이 권력의 편'이라고 했을 때 출당시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을 KTX세종역,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 등 이 대표와 청와대 친문 실세들 사이의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으로 보면서, 이 대표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호남 지역 중진의원은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KTX세종역 설치를 건의하려 했는데, 이 총리가 첫마디에 딱 부러지게 '안된다'고 해서 맥이 풀렸다"며 "원래 이 총리가 직선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마치 누군가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KTX세종역 설치는 이해찬 대표의 역점사업이다. 당정 파트너인 이낙연 총리가 이를 강하게 거절할 정도라면, 이는 이 총리의 자체 판단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을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도 이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관철됐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강한 여당'을 견제하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재명 지사 측은 설령 기소되더라도 자진 탈당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서 이해찬 대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주지 않는 이상, 이 대표에게 출당·제명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측근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죽으나 사나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원"이라며 "문재인정부 성공이 대한민국에 유익하기 때문에 절대 이재명 지사가 탈당하는 일도 그리고 문재인정부에 누가 되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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