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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 변수'는 변수가 아니다


입력 2020.04.21 07:00 수정 2020.04.21 05:3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불확실성'의 대명사 트럼프 美 대통령

'가지 않은 길'을 간 끝에 '예고했던 곳'에 다다라

방위비 협상 중인 韓 정부, '트럼프 변수' 상수로 상정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AP/뉴시스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지난 3년여 간 트럼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한데 그가 끝내 다다른 곳은 '이미 예고된 곳'이었다.


보호무역주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장벽 건설, 이란 핵 협정 파기, '오바마케어' 폐지,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등 트럼프 대통령을 '파격적'으로 만든 조치들은 하나같이 그가 약속했던 것들이다. 모두가 "설마"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될 때마다 "나는 다르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불확실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약속을 기어이 지키고 마는 '성실한 공약 이행자'에 가깝다.


잠정 타결설이 돌다 엎어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이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잘 사는 나라를 왜 미국이 지켜줘야 하느냐'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에 비용을 청구해왔다.


미국이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처음 내민 청구서는 전년대비 500% 인상안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는 작년부터 이어진 7차례의 협상에서 10%안팎의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이 시작된 지난 1일,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어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었다.


타결 임박설이 돌던 방위비 협상은 미국 측 공식 입장 표명이 지연되며 불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종 승인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을 비토 했다는 '트럼프 변수' 가능성도 이때 처음 고개를 내밀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실무진이 합의한 13% 인상안을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한을 위임받은 실무진 합의를 국가수반이 뒤엎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 못할 합의안을 손바닥 뒤집듯 해왔다. 전 세계로 생방송됐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조차 성과가 불투명해지자 회담 당일 미련 없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다.


방위비 협상에 임해온 우리 정부는 트럼프 변수를 '상수'로 고려해왔을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무능했던 것이고, 염두에 두고도 섣불리 타결설을 흘렸다면 무책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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