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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결자해지’ 나선 이재용 부회장


입력 2020.05.06 18:24 수정 2020.05.06 21:0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국정농단 연루-삼바 수사·재판 모두 연관 부담

승계 문제로 꼬인 실타래 승계 단절로 풀어

국내 최대 그룹 총수 과감·결연한 의지 표현

향후 승계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녀로의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촉발된 현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과감한 선언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승계 문제로 꼬인 실타래를 자신이 직접 풀어 결자해지하겠다는 결연한 선언이라는 분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에서 직접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4세 승계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을 두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저는 제 아이들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격 선언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생각이라면서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선언은 최근 삼성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준법 의무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자신의 국정농단 연루 재판은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판과 수사 등이 모두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엮여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 금기시 된 승계 발언에 충격...현실적 판단도 작용


이 부회장의 선언대로 경영권이 자녀 승계가 이뤄지지 않게 되면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이병철 창업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이 부회장 등 3세에서 중단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선언이 창업주가 힘들게 세운 회사를 자손들이 이어받아 온 국내 기업의 전통적 정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다 선언이 국내 최대 그룹 총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에서 승계 문제를 입밖에 내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이번 선언은 신선함을 넘어서 충격적”이라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유발된 문제가 더 이상 글로벌 기업 삼성의 성장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선언에는 4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절반 이상(지분율 55.11%)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주식이 '국민주'가 되면서 2년만에 소액주주 수는 5배 가까이 증가하며 사실상 국민기업이 된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10% 이상 보유할 정도로 기관투자자들의 입김도 세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2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보다 수월하게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상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녀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무리수가 동반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에서 자신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논란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불법은 물론, 편법이나 비도덕적인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신경쓰다가 자칫 기업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주목...“미래 예측 어려워”


이번 선언으로 이 부회장 이후 향후 삼성의 경영 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관심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에서 “앞으로도 성별·학벌·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에서도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을 토대로 삼성이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층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해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영 체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이 부회장 체제인 당대의 사안이 아닌 20~30년 뒤 후대의 사안인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체제로만 지속돼 왔던 기업이 경영 체제를 변화시키려면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또 향후 기업들의 환경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상하기 어려워 현 시점에서 경영 체제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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