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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로나19 ‘핑계’ 삼는 무책임한 음악 페스티벌들


입력 2020.09.05 05:08 수정 2020.09.04 22:1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그린플러그드 서울 홈페이지 ⓒ그린플러그드 서울 홈페이지

흔히 ‘1년 사업’이라고 말하는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미 취소를 결정한 페스티벌은 물론, 개최를 앞두고 있는 페스티벌 관계자들도 급변하는 상황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페스티벌이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면서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일부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매년 ‘미지급’으로 인한 잡음이 나오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문제는 페스티벌 측의 문제로 발생한 피해를 아티스트와 대중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대중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지난해 페스티벌에 출연한 개런티를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음향 업체 관계자 역시 “지난해 받아야 할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 대금을 받으려면, 자연스럽게 다음 해에 진행될 페스티벌에까지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폭로했다.


올해 초 클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그린플러그드 서울 2020’ 공연의 펀딩이 열리면서 약 14억원이 모금됐고, 이 가운데 최종 8억원이 회사 측에 배정됐다. 모금 자금으로 공연이 진행되고, 입장권 판매 수익을 투자자들이 정산받는 형식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지만, 공연 취소 시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 상환을 약속한 상황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코로나19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그린플러그드 서울’도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그런데 약속했던 원금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펀딩으로 모인 8억원 중 이미 6억원을 사용했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결국 원금 상황이 불가하다는 건데, 6억원의 사용처마저 불분명했다. 이유는 ‘부대 비용’이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사용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로 공연을 열지 못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원금 상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이 돈을 어떻게, 어디에 썼는지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6억 원을 ‘꿀꺽’ 한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투자자들 중 일부에서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다수가 소액 투자로 이뤄지는 펀딩의 특성상 소송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그린플러그드 서울’도 이런 맹점을 악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린플러그드 서울’의 이번 문제를 두고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린플러그드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몇몇 음악 페스티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몇 년째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페스티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마구잡이 형식으로 페스티벌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개성이나 특성, 콘셉트가 없는 페스티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였다.


또 “해외 페스티벌의 경우는 음악이나 공연을 보는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고, 관리 또한 철저하다. 때문에 관객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부 페스티벌을 보면 수준 이하의 환경들이 많다. 이는 책임감 없는 주최 측의 운영 미숙에서 비롯된다. 운영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관객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지기 힘들다. 페스티벌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표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신들 만의 주체성과 정통성을 가지고 건전한 공연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과 소통하고, 철저한 운영 체계를 만드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는 페스티벌들이 있다. 몇몇 페스티벌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전체 대중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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