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체계 개편방안 논의 중이라고 밝혀
금융위 정책·감독 분리-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도마위
국정감사에서 터진 '펀드사태' 이슈의 후폭풍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개편론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여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며 금융당국의 감독체계 개편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잇따른 펀드환매중단 사태와 맞물려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춘 체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사태를 명분으로 야당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여당과 금융당국이 여기에 끌려가지 않고 선제적으로 개편 방안을 주도하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야당발 개편론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여당과 당국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둘러싼 여권실세 연루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출구전략 차원에서도 개편론이 필요한 입장이다.
실제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유동수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 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우리 금융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과 집행이 분리돼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권에선 유동수 의원이 국감에서 개인 의견을 제시했다기 보단 여당에서 먼저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에 '운을 띄우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여야 모두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을 나눠서 실효성 있는 시스템으로 재정비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대형 금융사태 때마다 불거진 개편론 이슈에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굵직한 금융사태 때마다 개편론이 부상했지만,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번엔 감독체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에 은 위원장은 국감 답변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잘하도록 노력하며 금융감독원과 소통하고 시장과 대화해 산업 진흥과 감독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액셀(정책)과 브레이크(감독)를 한 사람이 밟아야 차를 안전하게 몰 수 있다"는 그간 금융위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 차이 등으로 공방만 거듭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을 잃는 수순을 반복했지만, 이번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한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선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긴' 어려운 분위기다.
당장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함께 정치권력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혁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독립성을 한국은행처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기관에서 퇴직한 후 일정 기간 유관 금융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도 현재 보다 더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장이 사모펀드 규제완화에서 원인을 찾았고,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의 감독 소홀을 원인으로 지적했던 것도 중층적 감독체계로 인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고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